지난달 28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작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실시한 전국 대학의 비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중수부 발표에 따르면 교수채용 비리, 학위 부정수여, 공금 및 연구비 유용 등으로 총 87명이 사법처리되었으며 그 중 30명은 구속되었다고 한다. 사법처리된 87명 가운데 연구비 유용 혐의로 구속된 본교 교수를 포함해 교수가 59명이라니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으로 지성의 상징인 대학이 비리의 온상처럼 비치고 대학의 권위와 위상이 추락하지나 않을지 심히 염려된다.

 검찰의 대학 비리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 가운데 특히 서울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연구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매우 절실하다는 점이다. 연구책임자가 연구뿐 아니라 연구원들의 복지와 연구기자재 등의 비용까지 관리해야 하는 현 제도는 현실적으로 많은 잡음의 소지가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서울대가 연구수준에 비해 연구비 관련 인프라가 미비함을 절감하고 연구비 관리제도의 개선에 발벗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5월부터 외부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연구비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진단을 실시했고, 그 결과로 지적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2학기부터 몇 가지 개선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연구감사제도의 도입, 인건비 풀(pool)제, 구매전담부서의 운용, 중앙관리의 강화 등이 새로 제시된 개선방안들이다. 연구감사제도는 부당한 연구비 운용을 통제하고 내부고발의 통로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인건비 풀제는 대학차원에서 인건비를 일괄 관리하여 비리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고안된 방안이다. 또 물건비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품구매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연구협약의 주체를 일원화하여 연구비 중앙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일부 제도는 당장 이번 2학기부터 실행할 예정이나 전반적으로 세부 운영규정을 마련하고 시행방안을 준비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이며, 인건비 풀제를 완전히 운영하기 위해선 연간 약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서울대는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행정 잡무가 감소해 교수와 연구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되고 연구비 관련 비리도 대폭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제도의 실행에 따른 연구자들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고 대학당국으로서도 세부정책 집행과 예산확보에 난관이 있으나, 이러한 제도개선책이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난다면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에도 연구비 관련 제도개선에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개선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연구비를 집행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철저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근래에 발생한 대학의 연구비 비리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성하면서, 서울대가 발표한 제도개선 방안을 환영하고 차제에 이러한 개선방안이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