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약대교수ㆍ약학과

우리나라의 40대 사망률은 십만명당 4.2명으로 OECD 주요 회원국가중 1위이며 일본(2.3명)의 2배에 달한다. 그 원인은 높은 B형간염 보균율 (인구의 5% 이상), 과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 45.7시간; OECD 평균 33.9시간), 그리고 ‘잔돌리기’, ‘폭탄주’ 등과 같은 기형적 음주문화일 것이다. 어찌보면 “간염보균자가 열심히 일하고 밤늦도록 잔돌리고, 폭탄주 마시며 접대하다가 얻은 병”일 수도 있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이며 흡수된 영양분을 분해하고, 인체의 중요한 물질을 합성하며 유해한 물질을 해독하는 ‘대사의 중추기지’이다. 우리가 마시는 술도 간에서 대사되고 해독된다. 알콜은 알콜탈수소효소에 의해 알데하이드로, 다시 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2)에 의해 초산으로 분해되는데, 한국인의 22.8%는 ALDH2가 유전적으로 결핍되어 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구토를 하는 등 알데하이드 독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ALDH2가 정상적으로 발현되는, 소위 술 잘마시는 사람은 알콜 간독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서양인들에게 알콜중독자가 많은 이유는 이들의 ALDH2 결핍율은 0%에 가까워 술을 마셔도 급성독성이 나타나지 않다 보니 거의 매일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간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방간, 간염, 간경화 등 질병의 근원인 알콜
건강하게 즐기는 건전한 음주습관 만들어야



첫째, 알콜은 1그램당 7kcal의 열량을 내는 높은 에너지원이고, 알콜은 정상적인 지방대사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이것이 간에 축적되어 알콜성지방간이 유발된다. 둘째, 술을 마시게 되면 장의 내독소가 간으로 이행되어 간의 면역세포를 자극해 활성산소를 만들고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알콜성간염인 것이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 술을 더 마시게 되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되어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알콜성지방간은 40∼80그램의 알콜을 10년 이상 섭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고 여자의 경우 훨씬 적은 양의 알콜로도 지방간이 유발된다. 2홉들이 소주 반병이나 맥주 1,000cc의 알콜이 약 32그램이므로 20대부터 꾸준히(?) 술을 마셔온 거의 모든 중년남성들은 알콜성간질환의 초기단계에 진입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방간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단지 일시적인 증상으로만 여겨 병원에서도 금주(禁酒)만을 처방받게 된다. 실제로 6주정도 금주하고 영양교정을 하면 알콜성지방간은 없어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10년내 간경화로 진행될 가능성이 30% 이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하게 즐기며 마시는 새로운 음주습관, 선진적 음주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제 개강이 되어 신림동 녹두거리가 다시 학생들로 북적일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인간이 평생 마실 술의 양은 정해져 있다고. 중년에 옛 친구들과 지난 얘기하며 와인 한 잔 여유있게 하려면 젊은 시절 건전한 음주습관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酒)자는 물 수(水)자와 닭 유(酉)자가 합해진 글자로 닭이 물을 먹는 것처럼 조금씩 먹으라는 것을 의미하고, 소주의 주는 酒가 아닌 酎(닭 유+마디 촌)로 쓰는 이유는 독한 술이니 조금씩 끊어서 먹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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