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새로운 지식 찾기
헌책방에서 새로운 지식 찾기
  • 민병준 기자
  • 승인 2005.09.0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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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 헌책방 탐방

서점을 찾는 학생들에게 수 만원 상당의 책값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강의교재, 교양서적, 고시공부용 수험서 등을 사려는 알뜰한 독자들에게 헌책방은 지식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다.


◆ 일반 헌책방

학교 주변에는 낙성대 ‘흙 서젼, 녹두거리 ‘할 서적’ 등 총 4군데의 일반 헌책방이 있다.

낙성대 주변 ‘흙 서젼 주인 김성수씨는 “문학이나 미학 비평 서적, 질 들뢰즈나 미셸 푸코 등의 현대 사상서, 문화 관련 교양서적 등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소개한다. 헌책방에서는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같은 절판 서적들도 구할 수 있다. 한편 책방 주인이 대학교재의 개정 여부를 상세히 파악해 손님들의 구매를 돕고, 손님이 찾는 책이 없으면 연락처를 받아 이후에 책이 들어오면 연락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김씨는 “대학 전공서적은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책방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준구 교수(경제학부)의 『미시경제학』은 한 학기 당 20명 정도가 찾지만 들어오는 책은 두세 권 정도라는 것이다.

한편 10년 전만 해도 헌책방의 베스트셀러였던 백과사전은 인터넷 지식검색 이용이 보편화된 이후 판매율이 저조해졌다. “80년대의 학생들이 즐겨 찾던 이념 서적과 영어원서소설, 학술잡지 영인본 등도 찾는 사람이 드물다”고 녹두거리의 ‘책상은 책상이다’ 주인 김석수씨는 말한다.

헌책방에서 책을 살 경우 대개 정가의 50% 정도, 신간서적일 경우 60%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단, 표시된 정가가 매우 낮은 옛날 책의 경우 화폐 가치의 변화를 감안해 가격을 조정하며, 서울시에서 발행한 『서울 600년사』같은 비매품의 경우 두께가 두꺼울수록 비싸다.

책을 파는 손님은 책의 발행연도와 보존 상태에 따라 정가의 10~30%를 받을 수 있다. 개정판이 속속 출간돼 헌책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 전공서적, 컴퓨터 관련 서적 등은 정가의 10%를 받고 팔 수 있다.

수십 년 전부터 헌책방을 돌며 기독교 서적을 수집하는 회현교회 장로 신인수씨는 “1900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 발간된 신약 성경을 헌책방에서 구했다”며 희귀서적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헌책방의 또 다른 매력으로 꼽았다.

◆ 고시서적 전문 헌책방

녹두거리에는 고시서적 전문 헌책방 15곳이 몰려있다. 행정고시 1차 합격생인 전영재씨(경제학부ㆍ00)는 “고시수험서는 개정 횟수가 빈번해 새 책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사법고시 1차 합격생인 김진우씨(경영학과ㆍ02)는 “민법, 형법, 헌법 같은 기본서는 개정 빈도가 적고 고시공부를 일찍 포기한 수험생들이 파는 책이 새 책처럼 깨끗하기 때문에 헌책을 구입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헌책방에 책을 팔 경우 정가의 60%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손님이 책을 살 경우 최신개정판 서적은 정가의 75%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개정판이 나온 책일 경우 구매, 판매 가격은 내려간다.

한편 헌책방에서 개설한 인터넷 싸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gosi4989.com’을 운영하는 ‘아모테 서젼에서는 손님이 매장에 없는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경우 주변의 다른 헌책방에서 책을 구하거나, 모든 헌책방에 없는 책은 새 책을 구입해 배달한다. 이는 녹두 거리 고시서적 취급 헌책방들의 공통된 방식이다.

◆ 이색 헌책방

봉천역 1번 출구에서 서울대입구역 방향으로 4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동양서적’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헌책방이다. 그러나 주인 송부종씨는 2004년 5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한 ‘고구려ㆍ발해 천년전’의 준비팀장을 맡기도 했던 헌책, 고문서 전문수집가다.

송씨는 전광용 전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꺼삐딴 리」 육필 원고, 정지용 글ㆍ정종려 그림의 시화 등의 문학ㆍ예술 작품을 비롯해 갑신정변 당시 도승지였던 박영교(박영효의 형)가 쓴 한국동식물사전인 『해동이아』의 1,2,6권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다.

“미리 연락해서 약속할 경우 학자, 학생들에게 일부 소장품 열람을 허락할 수도 있다”는 송씨는 “차후 소장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혔다.(연락처: 880-6263)

예전에는 학생들이 헌책에서도 필요한 책을 찾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보기 편한 디자인의 새 책을 선호한다. 그러나 헌책 가격이 낮다고 해서 속에 담긴 지식의 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다. 올가을에는 학교주변 헌책방을 찾아 경제적인 독서광이 돼보자.                                        
                                           민병준 기자 hi-mbj7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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