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서 작은 진보를 일궈내는 사람들

[연재순서]

① 관악주민연대
②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
③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④ 여명학교
⑤ 관악공동체라디오
⑥ 관악사회복지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는 도시형 대안학교다.
도시형 대안학교는 정형화된 교육방식을 거부하고 다양한 커리큘럼과 학생 개개인에 맞춘 특성화된 내용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종래의 대안학교와 비슷하다.
그러나 도시형 대안학교는 산간이나 농촌지역이 아닌 도시 생활권 내에 위치해 아이들이 집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고, 또 도시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이들의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디학교와 같은 종래의 대안학교와 차이를 보인다.

양말을 벗고 하얀 찰흙에 발자국을 남긴다. 선생님들은 자신의 발자국이 새겨진 찰흙을 앞에 두고 멋쩍어 하는 아이들의 발을 정성스레 씻겨준다. ‘꿈꾸는 아이들의 학교’(꿈학교)는 입학식부터 여느 학교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입학식에 참석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새로운 학교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함께 나타나고, 지켜보는 부모님들은 꿈학교의 따스함을 온 몸으로 느끼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과거에는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제적 문제보다 부모의 불화, 또래관계, 학교폭력 등의 문제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꿈학교는 신림동 난곡지역의 노동자와 청소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남부야학’에서 독립해 15~18세 탈학교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형 대안학교로 거듭났다.

꿈학교 교육의 목적은 대학진학이 아니라 아이들이 생활을 즐기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꿈학교의 시간표는 사회봉사와 연극, 탈춤 같은 활동적인 수업으로 구성돼 있다. 꿈학교에서 2학기를 맞고 있는 안진태군은 “일반학교와 다르게 학교에 나오는 게 재밌다”며 “선생님이 너무 좋고, 친구들과도 정말 재밌게 지낼 수 있다”고 학교생활에 만족해 했다.

꿈학교는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멘토와 아이가 1:1로 상호교류 하는 멘토링을 정규 시간표 밖의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용한다. 수업과 상담을 병행하는 멘토링 시간동안 멘토는 아이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아이의 잠재력을 개발해 아이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받는 동시에 자신만을 위한 교사가 있다는 사실에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간다. 가정에서 혹은 학교에서 상처를 입고 방황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멘토들의 존재는 아이에게 큰 버팀목이 된다. 자원봉사자 유하나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 어려워한다”며 “지속적인 교감이 이뤄져 차츰 자기 안에 갇혀 있는 마음을 열어줄 때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개인적인 치유과정 외에도 꿈학교 내 자치회의를 통해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토론을 경험한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대인관계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은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과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길잡이 교사 한철민씨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개진하는 법을 배운다”며 “성숙한 대인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자치회의의 효과를 기대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를 수료한 후 가정 형편상 취업을 해야할 경우가 많아 진로교육의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꿈학교는 진로교육을 위한 수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역네트워크에 의한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현장경험을 통한 진로교육은 어려운 실정이다. 한철민 교사는 “아이들이 이것저것 배우려는 욕구는 많은데 인턴쉽 현장 개척이 쉽지 않다”며 현장 실습 리스트 마련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정문제 또한 꿈학교가 겪는 큰 어려움이다. 지역사회와 연계가 잘 돼있고 학부모의 참여가 활발한 다른 대안학교에 비해 꿈학교는 지속적인 후원이 이뤄지지 않아 학교운영과 수업기자재 마련에 곤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꿈학교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들의 불규칙한 등교다. 길잡이 교사들이 출석을 강제하지만 대부분 부모님들이 일찍 일하러 나가는 상황에서 자기관리가 안되는 아이들은 학교에 불성실해지기 쉽다. 지난 학기의 경우 상당수 아이들이 학교를 중도에 그만둬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학기에는 지난 학기에 그만뒀던 아이들이 상당수 돌아와 지친 교사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아이들과 있다보면 말을 안 들어 속이 상할 때도 있고, 교사에게 주어지는 급여가 적어 힘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작은 소통 하나하나가 우리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다”고 말하는 교사들. 그들의 눈빛에서 아이들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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