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들 하버드대 교수 강연

마이클 샌들 교수(하버드대ㆍ정치행정학)의 강연회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시장의 도덕적 한계’란 주제로 지난 5일(월) 박물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제9회 다산기념철학강좌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민주주의, 공동체, 그리고 가치있는 삶”의 첫 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샌들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시장논리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상업화 양상을 비판했다.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것들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반론을 두 가지로 구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그는 장기매매를 예로 설명했다.

자신의 굶주린 가족을 먹이기 위해 신장을 파는 행위는 상황에 의해 강제된 것이다. ‘강제로부터 비롯된 시장진입(argument from coercion)’은 사람들이 심한 불평등이나 경제적 곤궁에 처했을 때 부정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시장교환이 반드시 자발적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반면 거래조건이 공정하다 하더라도 신체를 파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 신체의 신성함 등의 가치를 타락시키므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행위라는 ‘타락으로부터 비롯된 시장진입(argument from corruption)’은 시장이 평등해진다 해도 비판받지 않을 수 없는 내재적 논리다.
그는 ‘모든 가치는 동일하고 환원 가능하다’는 벤담의 공리주의를 비판하며 모든 가치를 화폐단위로 환산하고자 하는 시장논리를 비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표에서 표를 사고 파는 행위를 비판한다”고 말한 샌들 교수는 “그러나 투표가 단지 개인 선호와 이익의 표출이라면 이것에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는 이익집단 정치 이상의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목적이 사람들의 이익과 선호를 모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정치적 다원주의와, 자발적인 거래가 가능하다면 상업화에 대한 반론이 약화될 것이라는 자유주의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리고 이것들이 “시장에서 살 수 없는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가치를 지닌 삶의 차원을 간과하고 있다”며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대비되는 공동체주의적 민주주의관을 피력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김도균 교수(법학부)는 “시장과 돈이 모든 도덕적 가치들을 식민화하려는 상황에서, 식민화돼서는 안되는 도덕적 가치들이 있음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예들을 통해 논증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최성호씨(사회학과ㆍ02)는 “개인주의가 매우 강하다고 생각했던 미국사회에서 진행돼 온 공동체주의에 관한 연구를 접할 수 있게 돼 신선했다”고 이야기했다.

마이클 샌들
(Michael J. Sandel,1953~)
마이클 샌들 교수는 1980년부터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존 롤즈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 『자유주의와 그 적들』(1984)등이 있다. 맥킨타이어, 월쩌, 테일러 등 일군의 정치철학자들과 함께 평등과 사회정의를 우선시하며 공공선, 시민적 덕목 등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의 대표적 학자이다. 현재 미국생명윤리자문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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