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국가지원 연구센터를 가다 - 2 복합다체계물성 연구센터

1999년 7월 설립된 복합다체계물성연구센터는 별도의 연구건물 없이 27동 곳곳에 위치한 교수 개인 실험실과 포항에 있는 가속기 연구센터를 오가며 복합다체계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복합다체계(comlex many-body system)를 이해하려면 먼저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20세기 문명을 이끌었던 금속과 반도체는 양자역학에 의해 성공적으로 설명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배열된 전자의 띠 위에서 전자 하나만을 관찰하면 됐던 금속과 반도체와는 달리 과학자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특이한 현상을 보이는 물질들이 등장했다. 이 물질들은 전자와 전자 사이의 상관관계가 크기 때문에 그 특성을 연구할 때 하나의 전자를 독립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 전자들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가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핵심이 되는데 이를 ‘복합다체계’라고 한다.

부소장 차국린 교수(물리학부)는 “복합다체계물질을 분석해 성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이미 삼성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신물질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센터가 연구하는 PRAM, MRAM, RRAM, FRAM 등의 신메모리는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빨리 기억할 수 있다”며 “앞으로 휴대폰, MP3,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것이다”고 전망했다.

센터에서는 연구원이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다. 특이한 물질을 다루다 보니 실험 중에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재민 조교(물리학부)는 “물질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실험 샘플을 가열하던 중 샘플이 온도센서와 함께 녹아버린 적이 있었는데, 샘플이 녹은 자리가 거울처럼 코팅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반도체 위에 철이나 코발트 같은 자성 금속 박막을 쌓고 측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느라 밤을 새는 경우도 자주 있다”는 그는 “그러나 후배들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자성의 특성이 잘 보존된 박막을 얻으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웃음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복합다체계 물질의 성질을 분석하기 위한 기계인 가속기를 쓸 때는 24시간 내내 실험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생들은 조를 나누어 낮과 밤을 교대로 일한다. “언제 어느 곳이든 일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좋은 건물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차 교수의 말이 실감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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