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인류학과ㆍ02)

나비를 따라가던 날이었다 3월 언젠가
지난밤 불편한 모양으로 접힌 꿈들이
네 이름을 불렀지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날 네가 던진 투망에는
새와 잎사귀가 지나가고 온갖 종류의 속삭임
그 모든 것이 지나가고 끝까지 지나가서
결국엔 네 그림자 그것까지 지나가면
아, 마른 벌판 같은 고요
그러나 그 고요까지 다 보내면 그때
네가 만든 공기의 출렁거림
그것을 만나기 위해
나, 그만 넋을 놓았지
그날 내가 놓아버린 넋이
푹푹 발이 꺼지는 꿈의 밤길을 좇아가면
발목이 굽은 말들이 제 말굽을 털며
달그락 달그락 울었는데
네 이름이나 나비 같은 것,
生은 몇 번이나 전복되고
한밤의 방울소리 설마 네가 울렸을까, 다만
어떤 풍문은 다시 시작된다고 하지, 그때 네가
휘청 휘청 멀리 날아갔던가 내 손에서
내가 너를 놓아주었던가
그러나 나의 넋이 기어코 널 만났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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