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나는 폭력의 세계를 고발한다』,『대한민국은 군대다』


우리 사회의 일상 속에 뿌리 깊게 내면화된 폭력을 들춰낸 두 권의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박노자의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와 권인숙의 『대한민국은 군대다』는 국가주의, 군사주의 등과 결부된 폭력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분석해 나간다.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는 구한말 근대화과정에서 형성된 폭력 이데올로기가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 형성과정과 영향을 해부한다.

박노자는 이 책에서 갑오개혁과 아관파천 사이의 개화기 무렵을 ‘근대적 힘이 숭배되기 시작한 지배이념의 전환젼으로 파악한다. 그는 “이 시기를 전후하여 지배체제는 더 이상 유교적 정치에 기반한 ‘국태민안’이 아닌 ‘부국강병’을 공식 지배이념으로 선포할 수 있게 됐고, 힘있는 국가와 개인을 새로운 세계관ㆍ사회관으로 놓을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길준, 윤치호 등 개화기 계몽주의자들이 약육강식의 논리에 입각한 근대적 힘을 숭배했다고 지적했다. 『윤치호 일기』에는 “조선인들이 전쟁만 알고 익히고 살았다면 지금보다 조선의 상황은 훨씬 더 존경받을만했을 것이다… 전쟁이상으로 애국정신을 고양할만한 수단은 없다” 등 곳곳에서 호전적 상무정신을 강조하는 구절이 나타난다. 또 동학세력을 비도로 보고 무자비한 탄압을 지시했던 당시의 관료들과 이를 지지했던 독립신문 등도 근대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워싱턴 등 서구의 지도자들을 신격화하는 개화기의 영웅숭배론 강조도 이러한 경향을 드러낸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시기에 비롯된 ‘근대적 힘에 대한 숭배’는 오늘날의 위인전 읽기문화, 고구려를 강조하는 민족주의 사관, 엘리트스포츠에의 열광에서 군대, 종교, 교육 등 사회전반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가 근대화가 형성된 개화기를 중점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군대다』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80년대의 학생운동, 오늘날의 징병제에 대한 담론까지 현대 한국사회에 만연한 군사주의를 분석하고 비판한 책이다.

식민지 경험, 한국전쟁 등의 집단적 경험을 통해 한국사회는 ‘가진 자만이 평화를 선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면화해왔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평화의 틀에서 군사주의의 영향력이 유지ㆍ확대돼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에서 징병제는 큰 영향을 끼쳤고, 이는 헤게모니적 남성성과, 여성을 배제하는 국민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러한 상황이 특정한 남성성을 특권화시키고 대부분의 여성성을 비하하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군사주의의 전 사회적 내면화는 1980년대의 학생운동의 군사주의, 남성중심주의적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성은 제한적이고 보조적인 역할로만 참여해야 했던 시위의 성별화 경향, 성차별적 언어문화를 비롯한 성차별적 학생운동 문화 등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담고 있다.

또 저자는 ‘징병제와 젠더’를 다루며 유명인사의 병역비리, 군가산점 폐지, 이중 국적자들의 국적 포기 사건 등에서 불거진 논란을 통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징병제에 대한 고착화된 담론을 살펴본다.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대한민국은 군대다』는 인식하지 못했거나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일상의 폭력문제를 각종 자료들을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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