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생활과학대교수ㆍ소비자아동학부

서울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를 받는다고 한다. 세간에는 서울대가 입시 등 교육정책에 각을 세운 탓이라고 한다. 근본 원인은 서울대가 기득권층을 배출하고 유지시키는 경로였다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인식이다. 대통령의 말과 정책을 일관하는 사회인식은 네오맑시스트이론에 일치하는데, 이 이론의 핵심은 사회구조적 계층의 고착과 상대적 박탈감이다.

사회계층 사이에 놓여있는 벽을 오를 수 있는 사다리가 교육이라는 기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반해, 벽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통해 통제한다는 것이 네오맑시스트의 주장이다. 교육을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인식하는지, 장애물로 인식하는지에 따라서 사회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법이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계층간 이동이 자유롭고 빈번히 이루어지므로 희망을 기대하는 한편, 후자의 경우에는 계층이동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계층이 고착되므로 좌절을 기대한다. 두 가지 입장이 다양한 사회구조의 일면을 설명해 준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으나 한 입장으로만 모든 현상을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후자의 입장에서 사회계층간 대립 구조를 강조하면 상대적 박탈로 인한 계층 갈등과 분노감이 생긴다. 분노는 화합보다는 분란을 재촉할 뿐이다.    

참여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개혁 대상인 오(五)적의 하나로 서울대를 지목했다. 서울대가 검찰, 언론, 삼성, 강남과 마찬가지로 기득권층의 대표주자로서 부와 지위를 독점해 왔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 신입생의 60%가 강남출신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통령의 인식 속에는 강남과 서울대가 엮여있다. 실제로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서울 출신은 37%(인구비율 25%)이고 강남 출신은 12%이지만, 그 수치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서울대에 대한 인식은 편향되어 있다. 해방 후 반세기 동안 서울대 출신 인재들이 조국의 근대화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공헌했는가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사회현상을 구조 문제로 접근할 때 처방은 구조 변화에 국한된다. 그동안 초법적 발언과 위헌적 정책이 제안될 수 있었던 것은 구조 변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급격히 구조를 변화시키려 할 때, 소수의 기득권층을 수세로 몰아 대다수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전략은 저항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대기업 때문에 직장을 잃고, 부자 때문에 가난하고, 강남에 살지 못해 서울대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느끼도록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자를 비난하고 남을 탓하는 가운데 기업의 투자 의욕이 줄고 개인의 성취동기가 약해져 경제 성장률이 제자리를 맴도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서울대는 앞으로 한동안 개혁의 소나기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른다. 대통령의 사회인식은 386세대의 그것과 맞물려있다. 대학은 그 세대가 독재에 항거하는 것을 기특하게 여겨 이념의 편식을 말리지 않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물세례를 계속 맞는다면 더 불행한 사태가 생길 수 있다. 자율성이 억압된 대학은 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을 뿐더러 다음 세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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