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헌법을 죽였다』, 『마키아벨리즘으로 읽는 한국헌정사』, 『대한민국 헌법』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정된 이래 반 세기 동안 무려 9번이나 개정을 거듭했다. 연성(軟性) 헌법(법률개정과 같은 절차를 따르므로 비교적 개정하기 쉬운 헌법)인 영국의 현행 헌법이 1215년에 만들어진 것임을 볼 때, 이는 한국의 헌법이 경성(硬性) 헌법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불안정하게 운영됐음을 뜻한다. 더욱이 그 동안의 개헌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헌법의 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제도화한 유신헌법과 같이 집권세력의 변화에 따라 그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인민의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법'이라고 불리기는 어렵다.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 (박홍규 지음, 개마고원)는 헌법학 자체에 문제가 있으며, 이는 헌법학자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헌법학 비판의 잣대로 '상식으로서의 헌법'을 일관되게 들고 있으며, 상식의 잣대가 통하지 않게 위헌적 행위를 학문적으로 정당화해 관행으로 굳힌 헌법학자를 '살헌자(殺憲者)'로 규정한다. 한 예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병역법 위반으로, 자본주의 반대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범죄자가 된다. 하지만 이는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를 규정해 자신의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볼 때 위헌이다. 그러나 '살헌자'들은 그런 행동이 양심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위헌적 법률에 학술적 기반을 제공해왔다.

헌법을 바꿀 권리는 국민에게만 있어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가 헌법학, 헌법학자를 비판했다면, 『마키아벨리즘으로 읽는 한국 헌정사』 (김욱 지음, 책세상)는 헌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 역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민중이 부패해 있지 않은 곳에서는 반란이나 다른 소동이 해를 미치지 않지만 부패한 곳에서는 잘 계획된 법률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인용해 정치인을 부패하게 만들고 법이 민중의 권리를 억압하게 된 책임은 국민에게 있으며, 이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국민뿐이라고 말한다. 법은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현재는 우리의 헌법이 문자 그대로 민중을 위한 법이 아닐지라도 민중이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민중의 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민중의 투쟁에 의해 제정된 5·18 특별법이나 '2000년 총선 시민연대'가 벌인 부패 정치인에 대한 낙선운동을 예로 든다. 이와 같은 불복종 운동은 법의 진화를 이끌고 이 법의 공정한 집행은 민중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이 말하는 '마키아벨리즘의 법치주의'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우리나라 국민은 그런 의지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 우리 국민에게 헌법은 고시 과목, 또는 정치인들이 권력을 위해 이용하는 것 정도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헌법은 국민이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와 민주사회의 약속이 들어있는 기본법이므로 국민은 적어도 헌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박영률출판사)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인 현행 헌법을 화보와 함께 수록해 국민이 헌법을 기억하고 실천하길 희망한다. 이 책은 헌법에 대한 어떤 해석도 없이 단지 헌법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그들이 만든 헌법을 제시할 뿐이다. '법대로 되는 일이 있냐'고 헌법을, 법학자를, 정치인을 탓하기에 앞서 한번이라도 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헌법 전문을 수록한 『대한민국헌법』이 희망하는 작은 염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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