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도시하천, 도림천을 가다

20년 전만 해도 도림천에는 깨끗한 물이 풍부하게 흘러 주민들이 멱을 감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휴식처였다. 또한 도림천은 홍수와 가뭄을 방지했고, 주민 용수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제 과거 도림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 메말라버린 도림천

계속해서 물이 흐르지 않는 도림천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메말라버린 곳은 하천 밑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이끼 낀 돌이 햇빛에 빛나고, 주위엔 물이 없어 말라 죽어가는 식물들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비가 내리면 수량이 잠시 늘어날 뿐 도림천은 일년 365일 중 300일 정도는 메말라있다. 과거 논과 밭이 있어 땅이 지표면에 노출됐을 때는 하천수량의 결정요소인 빗물이 땅으로 흡수돼 하천수량의 근원이 됐다. 하지만 원래 관악산이 바위산인 까닭에 비가와도 한꺼번에 유출되는 수량이 많고, 게다가 서울대 이전 등 관악구 개발이 확대됨에 따라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고 땅이 콘크리트로 덮여, 빗물이 땅으로 흡수돼지 않아 도림천은 메말라 가고 있다.

◆ 오염되고 있는 하천

흐르지 않고 웅덩이에 고인 물은 자정능력을 상실해 악취를 풍기며 점점 썩어간다. 하천에는 떠내려 오고 버려진 비닐봉지 등이 널브러져 있다.

한편 복개된 부분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물이 오염돼 있으며, 하천 주변에는 하수도관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동방 1교 밑, 도림천 옆에는 한 데 모아진 생활하수가 개방된 체 폭포처럼 떨어져 하수도관으로 흘러가는데, 비가 많이 내리면 생활하수와 섞인 빗물이 넘쳐 그대로 도림천에 유입된다. 도림천 밑에 위치한 하수도관의 부실한 접합도 도림천 오염의 원인 중 하나다.

◆ 주민의 이용 어려워

도림천은 수량이 적은데다 이미오염돼 있고, 또 복개돼 있어 접근이 쉽지 않아 주민들의 이용이 어렵다. 완전 복개된 서울대~신림중학교 500m 구간은 주민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또한 부분 복개된 신림중학교~동방 1교 구간은 하천으로 내려가는 장치도 거의 없고, 그나마 드물게 설치된 것도 워낙 직경사라서  위험천만하다. 부분 복개된 하천 옆은 어둡고 음침하며, 간간히 노숙자들이 자리를 틀어잡고 있는 정도다. 실제 전체 유역 가운데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관악산 상류부, 신림2동 쑥고개 일대, 신도림역~도림천 일대 정도다.

◆ 빗물이용으로 하천 살릴 수 있어

이와 같은 도림천의 문제는 복개된 도림천을 복원함으로써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복개를 걷어 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도로와 주차장이 없어지게 돼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도림천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유정희 대표는 “동ㆍ식물이 서식하는 하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수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도림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빗물 활용이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수구로 바로 흘러가는 빗물을 한 데 모아 정화하는 시설을 세워, 비가 많이 올 때는 빗물을 담아 홍수를 예방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하천으로 흘려보내는 형태로 빗물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수질문제는 수량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물론 오염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화된 빗물로 희석 수량을 늘려 도림천의 수질을 개선할 수도 있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 한무영 소장(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은 “건물 옥상에 고인 빗물을 지하에 설치된 탱크에 저장해 정화과정을 거처 생활용수나 하천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빗물 탱크를 서울대와 도심 곳곳에 설치해 활용한다면 도림천의 수량과 수질문제뿐만 아니라 홍수와 가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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