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 법인화 내용을 담은 ‘국립대운영체제에관한특별법안’을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안은 일반회계와 기성회계 등으로 분리된 국ㆍ공립대의 회계를 법인회계로 일원화하고, 총ㆍ학장, 교육부 장관 추천자, 광역자치단체장, 총동창회 대표 등으로 대학 이사회를 구성해 대학 운영 전반을 심의ㆍ의결하도록 하며, 교수ㆍ교직원 신분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전환하는 등 신축적인 조직ㆍ인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국립대학 법인화를 추진하려는 정부가 제시하는 근거와 목적은 국립대학의 조직ㆍ인사 전반에 걸쳐 자율성을 보장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타율적인 예산 운용, 방만한 조직, 경쟁력 없는 연구실적 등을 그대로 둬서는 국립대학의 질이 저하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법인화와 동시에 교직원의 공무원 신분 보장도 해제하고 교수도 자신의 경쟁력에 따라 고용되고 재임용되는 경쟁체제를 갖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라고 한다.

비록 공식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기는 하지만 그간 간간히 흘러나온 내용만 본다하더라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국립대 법인화 정책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참으로 중요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국립대가 했던 중요한 역할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값싼 등록금으로 질 높은 고등교육을 제공하고, 사립대가 소홀히 할 수 있는 기초학문 육성 등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국립대학제도의 순기능을 포기하면서 경영효율을 핵심으로 하는 법인화를 실시한다면 국립대학교들의 재정 자립은 얼마만큼 가능할지, 과연 교육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는 있는지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당연히 심도 깊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국립대학 법인화에 찬성하는 측이건 반대하는 측이건 법인화정책 및 법안의 주요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이래서야 정책에 대한 공공적인 토론과 심의가 가능이나 한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토론공화국’을 기치로 내걸었던 현 정부의 입장과는 현저히 다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하건대 정부는 10월 정기국회를 코앞에 두고 정부안을 제출한 후 토의를 하자고 강요할 것이고, 서둘러 논의를 매듭지은 후 절차를 거쳤다고 자평하며 법안의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교육정책 및 대학통제정책들 대부분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교육영역에서 신자유주의적 효율성이 이러한 속전속결의 태도로 나타난다면 국립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측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립대 법인화는 일단 실시된 후에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고, 정책시행이 미치는 영향의 넓이와 깊이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법인화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에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수단들을 널리 알리고 충분히 토론하고 심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적을 기습적으로 무찌르고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하는 군사작전의 개념으로 국가의 중대사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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