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복지 중심의 학생회 원한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서울대 학생들이 학생회가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로 ‘학생복지사업’을 꼽았으며, 통일ㆍ노동ㆍ반전 운동 등 ‘학내ㆍ외 정치사안’이라고 답한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또 미래의 바람직한 학생회의 상에 대해서는 ‘학생의 대표’와 ‘복지문제 해결’의 역할을 원하는 응답이 많았다.

◆ 낮은 투표율 불구, “총학생회는 필요”

1997년 이후 매년 총학생회 연장 투표가 이뤄지고 지난 2003년에는 사상 최초로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무산된 일에서도 알 수 있듯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신문』 설문조사에서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학생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총학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78.3%가, 단과대 학생회에 대해서는 이보다 많은 81.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신입생인 05학번의 경우 68.3%가 “총학이 필요하다”고 답해, 02학번 이상에 비해 약 17% 포인트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해 박정우씨(사회과학계열ㆍ05)는 “입학 직후 비상총회 등 교육투쟁이 총학 주도로 추진됐지만,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 많은 신입생들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대생이 바라는 총학의 모습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학생복지를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는 학생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학생회가 학내 사안 중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도서관 문제, 셔틀버스 문제 해결과 같은 ‘학생 복지 사업’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4.1%에 달했다. 또 ‘교육권 관련 사업’이라고 답한 비율도 46.0%로 이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비교적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반면 통일ㆍ노동운동 등 학내ㆍ외 정치사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5.5%에 그쳤다.

또 미래의 바람직한 학생회 상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6.2%와 59.3%가 각각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대표하는 역할’과 ‘학생들의 복지문제 해결을 대학 당국에 요구하는 역할’을 택했다. 그러나 ‘학생회의 정치적인 입장이나 의견을 알리고 설득하는 역할’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10.2%에 그쳤다.

한편 “학생회와 학생정치조직의 활동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3.9%는 “예”라고 답했다. 임진철씨(지리학과ㆍ04)는 “오늘날에는 학생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학생회가 탈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 총학과 차별화된 친목 중심의 단과대 학생회 필요

단과대 학생회가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학생들의 65.5%는 학생복지 사업을 꼽았다. 그러나 친목모임 주선 등 ‘공동체 내 소통과 친목을 위한 활동’(45.3%)과 대동제나 새터 준비 등 ‘문화 사업’(36.8%)을 해야 한다는 응답도 높았다. 이는 학생들이 총학의 중점 사업으로 ‘교육권 관련 사업’(46.0%)을 꼽은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단과대 학생회에 화합과 친목도모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광역화 확대와 취업난 등으로 인해 과/반 공동체 활동이 점점 축소돼가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인문대 서어서문학과 학생대표 민경원씨(서어서문학과ㆍ03)는 “광역화로 모집단위와 학과가 갈라져 생긴 결과”라며 “단과대 학생회가 과/반 공동체 친목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단과대 학생회가 “필요 없다”고 응답한 27명 중 33.3%가 그 이유에 대해 “학생회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답한 반면, “정치적 입장을 강요받는 느낌”이라는 응답은 3.7%였다. 이는 전체 104개 과/반 학생회 중 49개가 공석일 만큼 단과대 학생회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