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은 동일

◆ 학내 복지에 주력하는 미국의 학생의회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학생회는 주로 학생복지와 학내사안 해결을 전담하며 학생회와 분리된 학생정치조직이 정치적 활동을 수행한다. 대부분의 대학에 학생의회(Student Council)의 개념이 발달해 안건 제출과 토론, 투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미국 국회의 진행방식이 적용된다.

하버드대의 경우 학부 규모가 작아 단과대 학생회는 없으며, 학생회 의원들은 기숙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13개 지역구에서 각각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 의원들 중 선거를 통해 총학생회장을 선발하며, 학생회는 Student Affairs Committee, Financial Committee, Campus Life Committee 등 3개의 위원회로 구성된다.

학생회는 학교 운영과 생활에 관한 사업에 집중하며, 학생운동이나 정치적 사안에 대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기숙사 Winthdrop House 대표로 Campus Life Committe에서 활동했던 곽준엽씨(하버드대 정치학과 4학년)는 “학교 경영진과 일반 학생들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하므로 경영진을 적대시하는 활동은 지양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학생정치조직으로는 진보여성단체, 보수종교단체 등이 있다. 이들은 학생회와 연계돼 있지 않지만 학생회장 선거 시 지지하는 후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한다. 

◆ 학생들의 불신으로 폐지 위기 맞은 일본의 자치회

‘자치회’로 불리는 일본의 학생회는 1960년 미ㆍ일 안보반대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학생 운동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후 학생 운동은 급진적으로 쇠퇴했으며, 와세다대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도쿄대는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등 각 대학 자치회별로 정파가 분리됐다.

자치회장은 단과대 자치회 대표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선출하며, 학생 전체가 참여하는 선거는 없다. 자민당학생회, 공산당학생회 등 정당 학생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공직 선거 때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역할에 그친다.

현재 자치회는 정치적 성향을 지닌 소수의 학생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반 학생들과 대학 본부의 외면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치회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 대표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온 다카코 토모미씨(동북대 법학과 4학년)는 “신입생들에게 자치회 가입을 강요해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일본 학생들은 정치보다는 아르바이트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 정치적 활동과 학내복지사업 사이에서 균형 모색하는 독일의 학생회

독일의 학생회는 총학생회 격인 AStA(Allgemeiner Studierenden-Ausschuss)와 학생대의원회 StuPa(Studierendenparlament), 학과 학생회 Fachshaft로 구성된다. 입학생들은 StuPa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소액의 학생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다양한 성격의 선본들이 후보로 참여하는 StuPa 선거에서는 정파별로 집계된 득표수에 비례해 최고득표자부터 할당된 인원만큼 대의원으로 선출된다. 이 중 AStA 구성원이 선발되며, 학생회장은 2인 이상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Fachshaft는 학과 자치활동을 전담하며, AStA와 StuPa와는 분리돼 운영된다.

학생들의 자치 정부 격인 AStA는 정치적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공공요금 할인, 카풀센터 운영, 외국인 유학생 생활 지원 등 학생 복지 향상에도 힘쓴다.

본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던 이창주씨(독어독문학과 박사과정)는 “독일은 무상 대학 교육을 실시해 왔는데, 최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주정부가 등록금 도입을 추진해 학생들의 반발이 크다”며 “학생회는 대규모 시위와 서명 운동을 주도하는 등 등록금 투쟁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독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홍진호씨(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강사)는 “3년 전 학생회가 대중교통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메스터 티켓’ 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적고, 참여도도 낮은 편이다. 소수의 학생들만 학생회 활동에 관여하고 있으며, 2005년 훔볼트대 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7.1%에 그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