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에 대한 신뢰 엇갈려

◆ 고려대: 5ㆍ2 사태와 회계부정 의혹 등으로 위기 맞아

지난해 고려대에서는 도서관 건립, 등록금책정위원회 소집, 자주국가ㆍ통일한국 등을 공약으로 내건 ‘강한나라 강한고대’ 선본이 총학생회(총학)로 당선됐다. 총학은 지난 1학기에 면학장학금 확충, 자치공간 확대 등의 공약을 이행했지만 지난 5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을 저지하는 시위를 연 이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5ㆍ2사태 후 고려대에서는 ‘평화고대’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총학 탄핵안을 발의했으나 탄핵안은 임시전학대회에서 가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기각됐다. 하지만 고려대 총학이 지난 6월 학생회비 결산안에 ▲교지 지원금과 외부수익금 ▲한총련 계열의 상납금과 외부투쟁활동비용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현재 학생들이 이에 대한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고려대에서는 총학이 신뢰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려대 학보인 「고대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번 회계부정의혹 사건을 학생들의 신뢰와 지지 속에 거듭나는 총학이 만들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연세대: 탈정치는 성공, 학내복지는 실패

지난해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의장을 맡았던 것과 달리, 올해 총학은 ‘탈정치 작은 총학’을 표방하며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은 ‘중앙도서관 앞 행사 전면 철폐’와 ‘백양로 현수막 철거’ 등의 공약을 이행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민족대축전’ 행사가 학내에서 열리는 문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등 탈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내에서 지난 1월 대학본부와의 등록금 협상에서 지나치게 타협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지난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결정할 때도 총학이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의 결정사항을 임의로 번복하는 등 운영상 문제점이 드러났다.
최근에는 부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원의 40%가 사퇴했고 서울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해당하는 확대운영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등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연세대 학보인 「연세춘추」는 “탈정치는 성공했지만 학내복지는 실패했다”며 총학이 풀어야 할 숙제를 지적했다.

◆ 한양대: 4년째 탈정치적 총학 유지, 학내복지 사업에 집중

한양대는 4년 전부터 탈정치적 성향의 총학이 안정적으로 운영돼왔다. 올해 총학도 정치색은 완전히 배제한 채 학내복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한양대 총학은 대학 본부가 수익률 악화를 이유로 학내 식당을 ‘김밥천국’ 등 외부 업체로 교체한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주도했다. 총학은 이 사업이 학생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김밥천국 불매운동’을 벌였고, 면담을 통해 학생처장의 사과를 받아냈다.

또 한양대 총학은 학내 게시판을 통해 총학의 활동을 알리고 학생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관련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여러 요구사항과 비판, 칭찬의 내용을 담은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오는 등 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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