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서울대 법과대학은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 법학교육의 정상화, 향상된 법률서비스 제공 등의 취지에 동의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안을 채택했다. 물론 법학 비전공자에 대한 교육, 로스쿨 정원, 법학후속세대 양성 등에 대한 논의가 모두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의 대의를 살려야 한다는 지배적 의견에 따라 로스쿨 기획단을 구성하고 준비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10월에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 도입을 결정하면서 여러 다른 대학들도 로스쿨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5월 대통령 산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법률안’을 확정했으며, 그 법률안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에 법학교육위원회가 설치되고, 내년 상반기에는 개별 로스쿨 인가 여부와 총 입학정원이 심의・확정된다. 사개추위의 법률안에 따르면 로스쿨 설치를 원하는 대학은 교수 대 학생비율 1:12 유지, 최소 20명 이상의 교원 중 1/5은 5년 이상의 실무경력 확보, 법학전문도서관 및 모의법정을 포함한 시설 구비 등 소정의 설치기준을 갖춰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형식적인 설치기준 외에도 실질적인 교육을 위한 교과과정 및 지원체제 구축도 요구된다. 사개추위는 관심의 초점인 정원규모와 관련해서는 개별 로스쿨의 정원제한만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총 입학정원을 둘러싼 법조계와 법학계 간의 갈등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서울대 법대가 로스쿨 설치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형편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특히 실무경력을 가진 교수 충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예산확보와 승인절차상의 어려움에 의해 단기간 내에 교수증원이 용이하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아울러 전문도서관이나 모의법정 등의 시설 요건 측면에서도 추가 예산확보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막대한 재원을 동원해 로스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부 사립대학들과 비교될 만하다.

이제라도 서울대가 로스쿨 준비에 다소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의 사법제도와 법학교육의 개혁이라는 목표와 취지에 충실한 로스쿨 제도의 확립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까지의 준비상황을 재삼 점검하고 객관적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더 능동적으로 학내외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와 대학 모두는 로스쿨 도입이 사법제도개혁의 핵심사안으로서 그 성패가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과 공익 실현에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내실 있는 로스쿨제도의 정착을 위해 대학측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지원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논란의 대상인 총 입학정원 문제와 관련해 이기적 주장에 부응한 잠정 타협이 아닌 사법제도개혁의 원칙과 국민적 합의에 근거한 장기적 방침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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