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자연과학대학교수・생명과학부

얼마 전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학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학교의 열악한 연구 인프라를 감안하면 이런 사건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 대학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연구비의 투명한 관리 차원이 아니라 연구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실험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질들에 대한 공급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 공기, 가스 등이 필요한데 이를  건물 전체에서 중앙 관리하는 곳이 드물다. 대부분의 연구실은 온도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냉난방을 중앙에서 조절하는 건물조차도 정부방침이라며 작동시키지 않는 시간이 많다 보니 냉난방기를 별도로 설치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액체질소, 드라이아이스, 각종 가스 탱크 등은 취급시 조심하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업자와의 개별접촉을 통해 구입, 전달되고 있다.

인력지원도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 대학교에는 연구실을 청소해주는 인력이 없어 대학원생이 그 역할을 한다. 내 실험실에서는 할 수 없이 파출부 아주머니를 고용해서 청소를 하고 있다. 수억원짜리 장비가 대학원생들에 의해 아마추어식으로 관리되는 곳이 허다하다. 비서가 없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교수 세 명당 한 명의 비서라도 있어서 교수의 일반 사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재료의 구매 과정에서 제대로 된 체계와 절차가 있었으면 연구비 유용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연구재료를 구입할 때 교수나 그의 지시를 받은 대학원생이 업자와 직접 상대해 가격 흥정을 하고 물건을 받는다. 연구비 집행, 물건 구매, 물건 입고를 모두 교수가 담당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연구비가 유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현재의 간접비 징수제도와 그 사용 방법에 대한 개선을 통해 상당부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간접비를 10% 정도 징수하면서 대학 본부, 학부 대학 혹은 연구소, 심지어 연구자까지 조금씩 나눠가지고 있다. 이렇게 쪼개진 돈으로는 어느 기관도 연구지원체계를 제대로 마련해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간접비는 사용하기 편한 돈이라 생각하여 이를 모아 두었다가 연구와는 관계없는 사업에 쓰기도 한다. 간접비 징수 창구를 일원화하여 간접비 사용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간접비 징수의 일차적인 목적은 연구지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연구 인프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인프라 개선은 투자이다. 연구비가 더 들어오면 더 많은 간접비를 징수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대학 재정은 풍성해질 것이다. 실제 미국의 유수 대학들이 간접비 징수를 훌륭한 수익사업으로 보고 연구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연구 지원 시스템은 호사스러운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면 그때 가서 구축해도 되는 ‘플러스 알파’적 사항이 아니다.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일류 대학으로 성장하려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연구 환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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