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위해서는 재정과 인력 보강돼야

미국 콜롬비아대, MIT, 스탠포드대, 워싱턴대,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등 해외대학이 산학협력사업을 통해 천문학적인 기술이전수익을 거두고 있다. 서울대도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독립회계법인자격의 ‘산학협력재단(재단)’을 설립해 기업에의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사업에 나섰다. 현재 재단은 1185건의 특허를 관리하고 있으며 총 20건의 특허를 양도하고 46건의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등 지금까지 10억5천만여원의 기술이전수입을 거뒀다.

◆ 안정 단계에 접어든 산학협력재단

지난 2년간 재단은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초사업을 벌였다. 재단은 지난해 6월 ‘연구계약서 표준양식’과 ‘연구비 산정기준’을 확립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주)삼성전자와 ▲지식재산권(특허)을 공동소유하고 ▲특허 출원·등록·유지 비용을 기업측에서 부담하며 ▲연구종료 후 연구비의 20%를 서울대에 보상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산학과제수행으로발생하는지식재산권에대한기본합의’를 체결했으며, 지난 7월에는 (주)LG전자와도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 재단설립을 주도했고 재단 초대 단장을 지낸 홍국선 교수(재료공학부)는 “재단 설립 이전에는 연구자가 단독으로 대기업과 기술이전협상을 벌이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러 기준과 양식을 확립하고 합의서를 체결해 대학이 대기업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내 다른 대학들에게 중요한 본보기가 되고 있으며 현재 모든 양식과 기준을 공개·배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특허관련 예산 크게 부족해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기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특허의 완비가 필수적이다. 특허 1건의 출원비는 국내에서는 200~300만원, 해외의 경우 1개국당 1000~1500만원 정도다. 안전한 기술보호를 위해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가에 모두 특허를 출원할 경우 그 비용은 크게 불어난다. 그러나 현재 재단의 특허관련예산은 5억원에 불과해 특허출원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재단은 특허출원 이후 기술이전으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2천만원 이하는 100% ▲2천만~1억원 이하는 80% ▲1억원을 초과할 경우 70%를 발명자에게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교수가 특허비용을 부담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김성훈 교수(제약학과)는 “교수 연구비도 2~3억원이 안되는데 어떻게 수억원에 다다르는 특허비용을 감당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홍국선 교수는 “대학에서 특허출원비를 지원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로 연구가 촉진돼 기술이전수입이 늘어나면 상황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술이전 실무 담당자 부족

산학협력이 기술이전을 통한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학 내 전문적인 기술이전전담부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 산학협력재단의 실무자는 불과 2~3명, 기술이전을 담당하는 변리사는 단 1명뿐이다. 김성훈 교수는 “재단의 인적자원이 너무 부족해 들어오는 기술이전계약조차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대학은 오랜 시간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수하고 체계적인 기술이전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82년 설립된 콜롬비아대 기술이전전담부서인 ‘파트너십부서(S&TV-Science & Technology Ventures)’에서는 MBA 학위 소지자, 변호사, 이공계 박사 등 30여명의 전문인력이 기업과의 기술이전협상에 나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03년에는 1억7천8백만달러의 기술이전 수익을 올렸다.

◆ 대학-기업간 산학협력 유통시장 마련돼야

대학-기업간 정보공유·유통 네트워크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홍국선 교수는 “현재 산학협력의 가장 큰 맹점은 통합적 유통구조의 부재”라며 “대학과 기업이 서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유통하는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단은 지난해 5월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경북대, 부산대, 전북대, 충남대와 함께 ‘대학보유기술연합DB(DB)'를 구축했다.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학들이 특허정보를 공유해 기술이전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DB는 올해 안에 강원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을 포함해 전국 11개 대학으로 그 범위를 넓혀 전국적인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산학협력재단 단장 정진호 교수(의학과)는 “아직은 초기단계라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점차 산학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산학협력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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