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관악구에서 작은 진보를 일궈내는 사람들

낙성대역 인근 한 임대건물에 위치한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 여명학교. 대로변이라 소음이 심했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활발하게 토론하며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서로 밀치며 장난치기도 하고, 남한 가요를 흥얼거리며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교무실을 찾아와서 풀지 못했던 문제를 질문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서로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방문하고, 채팅창을 열어 놓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남한에서 자란 학생들과 똑같지요. 컴퓨터 다루는 모습을 보면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컴퓨터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홍갑주씨(수학교육과 박사과정)의 말이다.

여명학교는 탈북 주민들을 돕던 활동가들과 23개 교회들이 지난해 함께 설립한 중[]고?교육과정의 대안학교다. 이 학교는 문화적 차이 등으로 남한 정규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정규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여명학교는 정규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뿐 아니라 연극이나 생활미술 같은 특성화 과목을 지도하고, 운동경기와 콘서트 관람, 명소 답사 등의 문화체험 활동도 시행하고 있다. 중등과정은 1년, 고등과정은 2년으로 편성돼 있으며, 졸업 이후 학생들은 정규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검정고시를 치른다. 학생 수는 총 30명이며 연령대는 16세에서 25세 사이다.

교사진은 전임교원 9명, 강사 12명으로 탈북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해왔거나 북한선교에 뜻을 품어왔던 일선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규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와 달리 북한과의 교육내용 차이로 인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조명숙 교감은 “북한에서는 유관순 대신 김형직과 김일성을 3ㆍ1운동 주동 인물로 높이 평가하는 등 근[]현대?분야에서의 관점 차이가 심하다”며 “국사나 사회 과목 수업에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학교 부적응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통계에 의하면 2005년 6월말 기준으로 고등학교 취학 대상 탈북 청소년 412명 중 실제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43명으로 10%선에 그치고 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실 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통일부가 설립한 하나원에서 탈북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남한 적응 교육기간은 약 1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 크게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여명학교 외에 도 셋넷학교, 한꿈학교, 하늘꿈학교 등의 대안학교들이 탈북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대부분 자원봉사와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설 확장 등 교육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6개월에서 2년간 탈북 청소년 교육을 담당할 6학급 규모의 ‘한겨레학교’를 안성시에 설립해 내년 3월 개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명숙 교감은 “거주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탈북 학생들을 일괄적으로 기숙사에 수용해 남한사회와 가정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사회적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은 소규모로 여러 곳에 분산된 형태로 설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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