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과 함께 전태일 동상과 거리 만들어져

과거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은 비좁은 다락방 같은 공장에서 밤새워 일했지만 그 현실을 돌아보는 이는 적었다. 노동자들의 삶은 마치 복개된 청계천과 같았다. 사회의 표면위로 흐르지 않는 물결 혹은 삶ㆍㆍㆍ전태일이 스물세 살 젊음을 마감했던 장소가 바로 청계천이다. 이제 청계천은 복원됐고, 청계천 주변에는 전태일 동상과 거리가 생긴다.

전태일 거리 조성과 관련해 전태일 기념상 제막식이 청계천 버들다리에서 지난 30일(금) 오후 4시 청계천전태일기념관건립추진위(기념관추진위) 주최로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정태근 서울시정부부시장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기념관추진위 김동완 상임대표는 “전태일이 분신한 지 35년 되는 오늘, 전태일 동상과 거리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청계천 버들다리에는 전태일 동상이 세워졌고, 바닥엔 전태일의 어록과 시민들이 직접 쓴 글이 새겨진 동판이 놓였다. 전태일 기념상을 제작한 민중미술계 대표주자인 임옥상 화백은 기념상에 대해 “상은 해뜨는 동쪽을 향하고 있고, 흐르는 청계천을 본다는 의미로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다”며 “오른손과 왼손이 각각 위와 아래를 향하고 있어 하늘과 땅의 의지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전태일 열사의 기일인 11월 13일 전후에는 청계천 6가와 7가에 걸쳐 평화시장 버들다리를 중심으로 700m에 달하는 전태일 거리가 완공될 예정이다. 전태일 거리에는 시민들이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며 쓴 글이 새겨진 동판 6천여개가 임옥상 화백의 손을 거쳐 들어설 계획이다.

전태일 거리 조성은 시민단체들의 각고의 노력과 시민들의 활발한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전태일 거리에 대한 논의는 1999년에 시민단체가 모여 청계천 3가~8가를 전태일 거리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전태일 거리 조성 논의는 2003년 청계천 복원계획이 발표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공사로 평화시장 횡단보도 옆 전태일 열사의 분신 장소에 놓인 동판을 일괄 철거하자 기념관 추진위는 동판의 복원과 함께 전태일 거리를 지정할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고심하던 서울시는 기념관추진위와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말 역사의 흔적을 담아낸다는 청계천 복원의 취지에 맞게 청계천 6가와 7가를 전태일 거리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5일까지‘전태일거리 시민의 힘으로 만들자’ 모금 캠페인이 기념관주친위의 주도와 「오마이뉴스」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현재는 기념관추진위가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기념관 추진위 황만호 사무국장은 “31일까지 전태일기념사업회(3672-4138,
http://chuntaeil.org)로 문의하면 모금할 수 있다”며 “모금자의 이름과 글이 새겨진 동판이 전태일거리에 놓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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