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호 사범대학교수[]교육학

요즘 초등학교 운동장엔 하얀색 체육복을 입고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는 어린 학생들의 응원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덧 학생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 운동회 시기가 된 것이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다보면 엊그제만 같은 내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를 떠올리게 되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격려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중요한 사회심리적 요인이다.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갖는 기대는 지치고 힘들 때 분발할 수 있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우리는 이 같은 보편적 심리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부른다.

또한 개인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 힘을 합치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가질 때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으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한다고 한다. 개인이 수행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개인이 속한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개개의 노력이라고 할 때 집단 구성원간의 응집력이 강할수록 개인의 수행능력과 집단의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보편적 심리현상을 집단효능감(collective efficacy)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를 생각해 보면 운동회에 참가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를 열광하게 하는 마지막 행사가 이어달리기였던 것 같다. 청군과 백군을 대표하는 선수로 뽑힌 학생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치는 응원단을 보게 되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또 같이 한 팀을 이루어 뛰게 된 다른 학생들에 대한 신뢰를 더 많이 가질수록 내가 아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흥겨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학교운동장으로부터 오늘 배달된 신문기사로 나의 시선을 옮겨본다. 해맑게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전에 느꼈던 흥분은 비난과 갈등으로 채워진 신문기사를 보면서 금방 답답함으로 변해간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정책 하에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실제 투기 여부와 관련없이 특정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도덕한 사람으로 언급된다. 학벌 중심의 사회를 바로 잡겠다는 생각 하에 대학의 자율적 입학 전형방법을 그 취지나 본질과 관계없이 마치 대학 서열화를 고착시키고 우수학생을 독점하려는 시도로 비난한다.

이같은 사회적 비난과 갈등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이 무엇인가? 설령 우리가 이러한 방법을 통해 부동산 투기 문제나 학벌중심의 사회문화를 바로 잡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에 대한 또 다른 대가를 치러야할지 모른다.

 일을 처리하는 개인의 능력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과 같은 객관적인 요인들뿐만 아니라 일을 통해 집단내 구성원들 간의 단결력을 얼마나 강화시켰느냐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한다. 국가를 경영하는 집단의 능력 또한 이러한 기준을 통해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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