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마을버스 2-1에 지갑을 놓고 내리신 육 아무개씨 파출소에서 지갑 찾아가세요”, “엊그제 봉천3동 김 아무개씨가 집에서 건강한 딸을 출산하셨습니다. 우리 같이 축하해줘요”

라디오방송하면 으레 전국 방방곡곡으로 전파가 퍼져나간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지난 9월 개국한 관악공동체라디오(관악FM)는 1W(보통 라디오 방송국은 200W이상)의 적은 출력으로 반경 5km 안의 ‘동네’에 방송한다.

관악FM 방송은 기존의 방송들과는 달리 프로그램 기획에서부터 연출, 진행까지 지역주민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다루는 내용도 지역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사나 유용한 생활정보, 지역 내 이슈에 관한 토론 등 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관악구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송국이 생긴다는 말에 재밌겠다 싶어 참여했다는 김태현씨. 직장인 연극단 ‘틈새’에서 활동하기도 한 그는 현재 토크 프로그램 ‘관악 쏙~ 훔쳐보기’의 연출과 MC를 맡고 있다. “지역의 일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라고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그는 “많은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방송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관악 쏙~ 훔쳐보기’ 뿐 아니라, 관악FM 방송에서는 지역주민이 DJ로 나서 음악을 전하는 ‘나도 DJ’, 지역생활정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이밖에도 시민단체와 연계해 지역생태계를 조망하는 생태프로그램과 미디어로부터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 특히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공동체 라디오(소출력 라디오)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개국했다. 관악, 마포, 분당, 광주, 대구 등 수도권과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한 8개 라디오방송국들이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비영리 법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소출력 라디오 허가를 받기위해 3년이 걸렸다. 또 현재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간의 공동체라디오 추가 허가 및 출력 향상에 대한 마찰로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주거, 음식, 교통 같은 생활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현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거대방송ㆍ신문이 외면하는 지역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들간의 소통과 연대를 돕고, 투명한 의사결정과 합의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악FM 안병천 방송국장은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지역에 매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사회당원이기도 한 그는 “비록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했지만 맑스는 아직 유효하다”며 “공동체라디오는 민중으로부터 올라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과 자본의 논리에 치우친 사회를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시작”이라고 공동체라디오 방송의 의의를 설명했다.

“우리가 송출하는 전파를 타고 사람들 사이에 행복과 믿음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라며 웃는 그를 보며 관악구에 퍼질 행복한 바이러스에 모두 전염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