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장, 설문조사의 불공정성 이유로 학보사 주간 해임ㆍㆍㆍ학보사, “명백한 언론탄압, 이에 대응할 것”

총장의 비민주적 학교 운영을 비판해온 「동덕여대학보」의 주간교수가 학교 측에 의해 강제 해임됐다.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은 지난달 29일 학보사 하일지 주간교수(동덕여대ㆍ문예창작과)에게 자진 사임할 것을 요구했으나, 하 교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5일(수) 해임통보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해임통보서에 해임 사유는 명기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총장실 측은 “해임 사유는 이미 학보사 측에 별도로 공지했다”고 밝혔다. 손 총장은 하 교수에게 자진 사임을 요구했던 지난 9월 29일 ▲수습기자 임명 시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점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으며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점 ▲학보사가 발표한 설문조사의 불공정성을 사임 요구 사유로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보사 기자단이 성명서를 내고 기존 관행과 학교 규정을 들어 손 총장의 주장을 반박하자, 6일 후인 지난 5일 김태준 부총장이 학보사 측에 해임 사유를 제시할 때는 설문조사의 불공정성만 거론했다.

동덕여대 학보사는 ‘손봉호 총장 취임 1년, 동덕의 현실은 어떠한가?’라는 제목의 기획을 마련해 지난달 학내 교수 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26일 그 결과를 357호 신문에 게재했다.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손 총장의 학교 운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대학 발전과 개혁을 위한 손 총장의 추진력을 묻는 문항에 응답자의 60.7%가 ‘추진력 부족’이라고 답했으며 ‘뛰어나다’고 답한 응답자는 16.8%에 그쳤다. 추진력이 부족하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실세 보직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는 답변을 제일 많이 꼽았다. 또한 손 총장의 학사운영에 학내구성원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에 50.5%의 응답자가 ‘거의 반영되지 않거나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잘 반영된다’고 답한 응답자는 26.9%에 그쳤다. 이 신문에는 설문조사에 반영된 교수들의 요구와 손 총장의 비민주적 학교운영을 근거로 총장퇴진을 요구하는 사설이 함께 게재됐다.

이에 학교 측은 김 부총장을 통해 “전체 교수 중 절반 수준인 90명만이 응답한 설문조사이므로 공정성이 떨어지며, 총장 퇴진이 거론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면 설문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했어야 한다”고 학보사 측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보사 측은 “이해 당사자를 제외한 모든 교수들에게 질문지를 발송했으며 설문조사 기간 내에 응답해준 교수들의 견해는 모두 반영됐다”며 “학교 측의 주장대로라면 2003년 학내 민주화 투쟁 당시 활용됐던 교수협의회의 설문조사(교수 96명 응답)도 불공정한데 어째서 문제삼지 않는갚라고 반문했다.

손 총장은 2003년 족벌 사학비리를 척결하고자 했던 동덕여대 구성원들에 의해 당시 총장과 이사진이 물러난 뒤 약 8개월동안 공석이던 총장직에 지난해 9월 선임됐다. 그러나 손 총장 취임 이후 학교측은 ▲총장과 일부 교수들의 입시수당 독식 의혹 ▲학내 직원노조 파업 당시 보였던 불성실한 협상 태도 ▲2005년 2학기 총학생회비 0원 고지 등으로 교직원, 학생들과 숱한 마찰을 빚어왔다.

손 총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대학본부 내에서도 이미 높아진 상태다. 동덕여대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총장과 부총장, 그리고 일부 처장들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밀실행정을 벌이고 있어 교직원들의 불만이 높고, 이에 대해 총장은 미안하다고만 말할 뿐 시정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보사 측은 손 총장의 주간교수 해임을 명백한 언론탄압으로 보고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심지영 편집장(동덕여대 응용화학과ㆍ03)은 “추가적인 탄압이 예상되지만 지면상으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논조를 계속 견지할 것이며 학생들의 여론을 조사해 결과를 게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악화되면 학교 측에 의해 탄압받고 있는 여러 학내 자치기구 및 외부 단체들과 연대해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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