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공대학생회장(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ㆍ02)

일본 정부가 이라크에 파견된 자위대 병력을 내년 초부터 철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미국의 맹방인 영국과 호주도 내년 5월부터 철군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올해에만 10여 파병국들의 철군이 예정된 가운데 부시가 그나마 기대고 선 언덕인 영국, 호주, 일본 등도 철군 도미노에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9월 24일에는 무려 10만이 넘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에 모여 “END THE WAR”을 외쳤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와 런던, 로마, 파리, 마드리드, 코펜하겐, 오슬로, 헬싱키, 도쿄, 서울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 날의 반전 시위는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였다.

 ‘PEACE MOM’ 신디 시한의 정의로운 목소리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부시 행정부를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철군은 없다”는 부시의 말에는 힘이 실리지 않으며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악이다.

이라크인들의 거센 반미항전과 연합군 체제의 급격한 붕괴, 그리고 치솟는 미국 내 반전 여론에 고전하고 있는 부시의 패배, 이 때문에 미군의 이라크 철군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부시의 마지막 발악이 길어질수록 무고한 이라크인의 희생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미 10만이 넘는 이라크인이 희생되었음에도 ‘테러 소탕’용이라는 미군의 무차별 폭격은 이라크인을 학살하고 있다.

친미정부 수립과 장기주둔을 노리는 미국의 분열주의 정책에 이라크의 종파갈등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3일 만에 선거법을 엎치락뒤치락하는 이라크 제헌의회의 몰상식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대량살상무기’도 ‘민주주의’도 없는 이라크에서 끝까지 부시의 마지막 지푸라기 노릇을 하며 파병연장을 고집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자이툰부대가 유엔 직원 경호를 맡은 몽골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방부는 파병이 완료되는 12월에 파병될 자이툰 교대 병력을 모집함으로써 파병 연장에 쐐기를 박았다. 침략전쟁에 ‘평화재건’하러 간 자이툰부대는 끊임없는 테러위협에 영내에서 꼼짝 못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한 일은 용케도 다해내고 있는 것이다.

부시의 불의한 침략 전쟁을 돕는 이라크 파병은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도 위협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자이툰부대는 모두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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