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국가지원 연구센터를 가다 5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


원자력은 조력, 풍력 등 재생가능한 에너지원과 함께 미래를 위한 대체에너지원이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에너지가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여러 국가들이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왔다.

원자로 내에서 우라늄 등의 핵연료가 분열하면 고속으로 움직이는 중성자가 발생하고, 이것이 다시 핵연료와 충돌해 연쇄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때 나오는 열에너지로 물을 가열해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한편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고준위 핵폐기물(반감기가 30년 이상으로 길고 방사능 방출량이 많은 플루토늄, 아메리슘 등의 사용후 핵연료)은 백만년간 수백 미터 깊이의 땅속에 묻은 채 관리해야 한다.

핵변환에너지연구센터(센터)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중·저준위 핵폐기물로 변환시킬 수 있는 원자로인 ‘평화로(PEACER)’를 개발하고 있다. ‘평화로’의 냉각제로 쓰이는 액체금속 납-비스무스(Pb-Bi)는 원자로 내 중성자의 빠른 움직임을 유지시킨다. ‘평화로’ 내의 고준위 폐기물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중성자와 부딪히면서 추가 핵분열을 하고, 반감기가 짧은 중·저준위폐기물이 된다. 납-비스무스는 러시아 핵잠수함에서 쓰였던 냉각제로서 1700°C에서 끓기 때문에 누출돼도 기화, 폭발의 위험이 적다.

현재 센터의 연구는 초기 단계다. 우선 컴퓨터 프로그램에 ‘평화로’의 설계 도면을 입력해 구동 여부를 가상으로 실험하는 중이다. 또 센터 내에는 납-비스무스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한 12m 높이의 실증 설비인 ‘헬리우스’(HELIOS)를 설치했다. 물론 ‘헬리우스’에서 실제 핵분열실험을 하지 않으므로 방사능 유출 위험은 없다.

‘헬리우스’가 처음 가동된 때는 지난 5월. 가동식 전날 납-비스무스를 순환시키는 펌프에 습기가 차 교수, 연구원 모두가 밤새 헤어드라이기로 펌프를 말렸다. 센터 간사 황일순 교수(원자핵공학과)는 “납-비스무스가 물과 섞였는데도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자연 검증된 것”이라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받아들였다. 만약 기존에 냉각제로 쓰던 나트륨이었다면 물과 반응해 폭발했을 것이다.

2002년 문을 연 센터의 연구는 90년대 중반에 이미 계획된 것으로 외국에 비해 시작이 빨랐다. 그러나 인력 부족, 자금 지원 부족으로 인해 현재 외국 연구자들에게 많이 따라잡힌 상황이다. 반치범씨(원자핵공학과 박사 후 연구원)는 핵폐기물 처리문제에 둔감한 과학기술부를 비판하면서 “독자적 기술개발이 돼있어야 향후 폐기물 처리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연구원 정승호씨(원자핵공학과 박사과정)는 “핵폐기물 감축 기술 개발이 낳을 사회적 혜택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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