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교육에 관한 서울대 교수들 고민 담아

▲ © 양준명 기자

최근 사회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서울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학문에 대한 호기심에서 전공을 선택하기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과에 학생이 몰리고 학점을 잘 받기 위한 학생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도서관은 고시공부를 위해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는 소위 ‘세븐일레븐 족’으로 가득하다. 대학의 커리큘럼과 학생의 실용적 요구 사이의 괴리 속에서 대학 교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서울대 교수들의 진솔한 고민을 담은 책이 나왔다.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엮은 『가르침에 대한 성찰』은 지난 1년간 서울대 교수 40여 명이 ‘연구와 가르침’이라는 주제로 나눈 좌담과 에세이를 묶었다. 좌담 일부를 발췌․요약해 보았다.

 


●학생들의 연구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김광억 교수(인류학과): 대학원 중심 대학을 지향하면서도 여전히 학부가 중심이다 보니 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인을 길러낼 것인지 학문후속세대를 길러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야기된다. 재정이나 조직적인 측면에서 연구와 교육이 연계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선자 교수(보건대학원): 실제로 연구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대학원에 충분한 연구비가 지급되지 않아 대학원생들이 자비(自費)로 공부하고 있다. 연구비가 부족해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못한 채 박사학위를 받는 학생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연구중심대학’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조교나 교수 수가 부족해 학생들의 연구를 충분히 뒷받침해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교수가 연구․교육을 병행할 수 없다

곽수근 교수(경영학과): 열악한 연구환경때문에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지 못하고 있다. 교수 평가의 경우 연구업적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에서도 90년대 이후부터 강의를 중시하고 있으며 국내 일부 사립대학에서는 교수들에게 연구와 교육 중 어느 부분에 집중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다.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우리나라에서는 교수가 연구, 교육, 사회봉사 등 을 한꺼번에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이나 연구 한 쪽에 전념하기 어렵다.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최영찬 교수(농경제사회학부): 농생대의 경우 기초 연구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교육하는 분야가 위축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아닌 국가가 연구투자를 주도하고 특히 그 투자가 기초 연구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을 등한시하게 된 기업이 현장 교육에 필요한 지원과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광억 교수(인류학과): 우리 사회에서는 당장 응용 가능한 지식이나 기술을 대학에서 내놓기를 요구한다. 이런 시장논리의 폭력에 가장 희생되고 있는 것이 인문학이다. 미국의 경우 컴퓨터공학에서 언어학의 이론이나 분석 체계를 발상의 근본으로 여기는 등 근본적인 연구를 위한 토대로서 인문사회과학을 중시하고 있다.

박명규 교수(사회학과): 우리나라에서 인문사회과학의 필요성에 대한 의식이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순수학문에서 연구를 위한 연구에 몰입하는 사람을 키우려면 사회 전체적으로 세밀한 분업구조가 확보돼야 한다.

 


이 밖에도 이 책은 현재 서울대생의 모습, 교수와 학생들의 대화 등의 주제에 대한 교수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현재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대학 교육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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