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주류음악 밖에서 서성… ‘대학가요제 무용론’까지

▲ © 최정민 기자
‘대학문화’ 존재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가요제의 의미는 더 이상 27년 전과 같을 수 없다.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70년대부터 ‘폐지론’이 등장하기까지 대학가요제의 역사를 짚어보고, 대회 참가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라본 대학가요제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본다.

○대학가요제, 서울대로 오다
제27회 MBC 대학가요제가 다음 달 4일(토) 대운동장에서 열린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대학가요제는 오후 9시 45분부터 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이는 문화사업을 유치하겠다는 총학생회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지난 5월의 수요예술무대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열리는 외부 문화 행사다.


약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역예선을 통과한 총 13개 팀이 락, 힙합, 재즈, 팝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 줄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권석 PD는 “본선 진출 팀들의 실력이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졌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팀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가 걸어온 길
대학가요제는 우리 가요의 변천사뿐만 아니라 대학문화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개최와 동시에 인기가 폭발한 70년대의 주요 입상곡과 대중적 히트곡들은 당시 ‘캠퍼스 음악’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나 어떡해」, 「가시리」, 「바윗돌」 등과 같이 대학가 특유의 숨결이 밴 포크와 록이 시대를 풍미하며 대학 문화를 이뤘었다.

대학가요제 구성 작가 정수경씨는 “70년대 말 대학가요제가 인기를 누린 이유는 대학가요제에 나온 노래들에서 풍겼던 지성적 품격에 대학생이 아닌 젊은 층의 선망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창기 대학가요제에는 ‘입상 이후’를 계산하고 참가한 사람이 적었지만 이런 경향은 80년대에 들어오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가요제 현장에는 제작자와 매니저의 출입이 잦아지고 기성 프로덕션을 거친 ‘준비된’ 팀도 있었다. 80년대 대학가요제는 「바다에 누워」의 ‘높은음자리’,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의 유열을 비롯해 예비 스타들을 꾸준히 배출했지만 캠퍼스 주류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대학가에서는 민주화 투쟁의 흐름에 따라 노래패 등을 중심으로 저항 가요들을 주로 불렀다.

93년 대상 수상팀 ‘전람회’를 제외하고는 90년대 대학가요제 주요 수상곡들은 좀처럼 대중가요계로 진출하지 못했다. 전 MBC PD 주철환 교수(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는 “90년대 들어 대학가요제는 기획사에서 준비된 예비 가수들의 출연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대중가요 주 소비층인 10대와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한 이상 대학가요제 수상곡들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지난해 인터넷에서는 대학가요제의 정체성과 존폐여부에 대한 열띤 논란이 있었다. 일부 언론은 “거듭나지 못한다면 차라리 막을 내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MBC는 올해 ‘음악캠프’를 맡고 있는 권석 PD에게 대학가요제를 맡겼고, 그는 어느 때보다 막강한 ‘스타군단’을 모았다. 확실히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의 대학가요제가 이런 방식으로 인기몰이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대학생들의 의식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축제로서 대학가요제는 유효할 것”이라는 권 PD의 말이 성공적으로 지켜질지 주목된다.

○대학가요제와 서울대
대학가요제는 서울대와도 인연이 깊다. 77년 제1회 대회에서 농생대 밴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가 대상을, ‘서울대 트리오’의 「젊은 연인들」이 동상을 차지했고, 93년에 다시 샌드페블즈가 「너를 바라보는 건」으로 동상, 2001년에는 ‘FUZE’(6기)가 「천국으로 오세요」로 금상을 수상했다. 올해에는 ‘FUZE’ 8기 멤버들이 출전해 수상에 도전한다.

하지만 장소가 서울대로 결정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었다. 지난 6월 총학생회 측에서 유치 의사를 내비치자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서울대의 위상에 적합하지 않고, 일부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에 면학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대학문화가 사라진 상황에서 대학가요제를 굳이 발벗고 나서 유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도 있었다.

개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본부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MBC, 총학과 함께 실무 협상을 시작했다. 총학 측의 적극적인 의지와 이미 ‘수요예술무대’를 성공적으로 유치겙냉例?사례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본부 측에서는 행사장 주위 부대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총학생회 문화국장 양윤빈씨(경제학부 00)는 “이번 대학가요제가 인기 연예인들의 쇼 를 넘어 건전한 축제의 장이 된다면 대동제와도 절묘한 조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