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도입 논란

인터넷 실명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정보통신부(정통부)가 사이버상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통부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 등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보고, 대형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 또는 댓글란 이용 시 반드시 본인확인절차를 밟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지난 9월 12일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인터넷 게시판 사용 시 필명과 아이디 사용은 허용되지만, 분쟁이 생길 경우 본인 추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본인 확인절차가 의무화된다. 이때 활용될 본인 확인수단은 주민등록번호 혹은 새로 부여될 개인인증번호와 본인 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는 일정규모 이상의 회원 수와 방문자 수, 매출액을 보유한 대형 포털 사이트에만 적용된다. 정보통신부 인터넷정책과 라봉하 과장은 “대형포털 게시판의 영향력은 이미 TV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건전하지 못한 내용들의 파급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규율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시민단체들은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일(목) 전국IT산업노동조합연맹(IT연맹),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29개 단체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 실명제는 불필요한 신원 확인을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는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며, 통신비밀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 익명성을 사이버 폭력의 원인으로 보는 정통부의 판단도 비판대상이 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 김정우씨는 “이미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회원가입 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있으며 싸이월드처럼 필명과 아이디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이트도 많다”고 말했다. 김정우씨는 이어 “사이버상의 개인정보침해와 명예훼손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시스템 강화와 소통문화 성숙을 위한 교육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정통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완해 강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완 교수(경희대ㆍ법학)는 “정통부가 의도하고 있는 사후 본인 추적은 실명제의 부수적 효과”라며 “책임감을 느끼게 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실명제의 기본 목표라면 게시판 사용자들이 필명이나 아이디가 아닌 실명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통부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위해 지난달 밝혔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개정안의 10월 입법예고 방침을 유보하고 있다. 라봉하 과장은 “의견 수렴이 우선이므로 법안 제출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YMCA참누리운동본부가 일반시민 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6%가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 방안에 찬성했지만, 실명제 의무화가 개인정보유출을 증가시킬 것인가를 묻는 문항에는 72.6%가 ‘그럴 것’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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