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ㆍ수구세력에 반대하는 ‘평화대연합’으로
냉전ㆍ수구세력에 반대하는 ‘평화대연합’으로
  • 조성범 기자
  • 승인 2003.09.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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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통합신당 대표 김근태 의원

▲ © 양준명 기자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양심선언’ 이후 정치 입문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김근태 의원이 지난 19일 국민개혁통합신당의 원내총무로 선출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권의 ‘왕따’에서 ‘실질적인 여당’의 대표로 변신한 김근태 의원을 만나보았다.

▲통합신당의 노선과 비전은 무엇인가?

통합신당의 정치노선과 정책노선은 기존 민주당과 같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국에서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한반도 냉전구조의 극복을 위한 햇볕정책의 실현을 도운 사람들이다. 이 민주당 지지자들과 함께 가기 위해 분열 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했지만, 신당에서도 여전히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일부 사람들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분열의 아픔을 겪게 됐다.

통합신당은 DJ라는 일인 보스에 의해 장악되고 지배되는 낡은 정치의 전통을 극복하려고 한다. 우선적인 목표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하자, 패거리 정치를 하지 말자, 분열적 지역주의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또 대통령 후보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후보의 공천에도 국민과 당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통합신당이 내세우고 있는 평화대연합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평화대연합의 원칙은 내가 87년에 감옥에서 김대중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할 때부터 견지해 온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주된 원인은 후보 단일화였고, 그 다음으로 노무현이 영남사람이라는 것과 그 자신이 정치를 올바르게 한 것이다. 결국 기득권 세력이자 냉전·수구세력인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연합을 이뤄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민주대연합을 주장할 때의 시대정신은 민주화였고 지금의 시대정신은 한반도의 평화다. 이것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 통합시키자는 것이다.

▲20대 유권자 층은 통합신당으로서도 주요한 공략지점이 될 것이지만 이들의 투표율은 5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청년실업자가 38만 명 정도라고 하고 구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젊은이들까지 합치면 100만 명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문제가 정치인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을 가져오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이 정도의 정치가 이뤄진 데는 지난 시기 청년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청년들이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정치가 무너지면 나라도 무너진다. (정치를) ‘그게 다 그거다’라고 보지 말아달라. 조금 더 낫고 조금 더 못하고를 분별하는 것이 지성인의 자세가 아닌가.

▲김 의원의 대학 시절은 학생운동으로 점철됐는데, 선배로서 지금의 학생운동을 보면 어떤가?

내가 60년대에 하던 학생운동은 그 외에 다른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 민주화운동의 전부였다. 지금의 학생운동과 이름만 같고 그 의미나 위상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사실 현재의 학생운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지난번 한총련의 미군 스트라이커 부대 시위를 보면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동의와 지지를 받는 방식이 없었을까 고민하기는 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선제 핵공격을 불사하는 스트라이커 부대의 훈련에 대해 청년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항의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미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대학생들에게 어떤 의무 같은 것이 있겠는가?

젊은이들이 옛날처럼 존재를 건 심각한 고민을 해달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공계 학생들에게까지 고시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보고 걱정을 좀 했다. 내가 젊은 시절에 (학생운동 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그런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역사가 더 기억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너무 실용주의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를 놓고 통합신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이 문제가 통합신당의 노선을 드러내는 일종의 가늠자가 될 수도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조율할 생각인가?

나는 한 사람의 국회의원으로서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론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원들과 의논해야 하는 문제고 당내 논의에서 나는 다만 한 명의 의원일 뿐이다. 더구나 대표로서 회의를 주재할 때는 내 개인 의견을 어느 정도 절제할 필요도 있다. 또 반대 당론을 정한다 해도 지금 의원이 42명이라 파병 동의안이 상정되면 저지가 불가능하다.

▲앞으로 몇 달 후면 총선이다. ‘양심선언’을 통해 밝혔듯 지금의 정치현실이 불법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고의원 경선이나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지만,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치를 수 있다. 다만 농촌이나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분들은 (비용 규정을 지키기에) 어려움이 크다.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당 대표로서 다른 의원들의 자금 문제도 신경써야 할 것 아닌가?

(다른 의원의 자금은) 내 문제가 아니라니까.

▲재야에서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지 8년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를 말한다면?

재야에서 민주화운동을 할 때는 민주화가 너무 까마득해 보여 박정희 대통령이 언제쯤 자연사할까 그 나이를 끊임없이 손으로 꼽아볼 정도였다. 당시 나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언젠가 민주주의 그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과 원칙을 버리지 않는 정치인으로 나 자신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치는 현실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본다. 현실과 이상을 통합시키지 못할 때는 현실의 여건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후대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과 믿음을 남길 수 있다.

▲김 의원을 가리켜 ‘영원한 비주류’라고 한다. 이는 혹 김 의원의 리더십 부족을 방증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정국을) 주도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나는 DJ의 비전과 정치노선이 옳다고 생각해 비판적 지지를 주장했지만 그의 일인 보스체제에는 내부에서 계속 맞서 싸웠다.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서 비주류로 내몰린 것이다.

▲김 의원은 ‘마지막 재야’란 별명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여당의 대표가 된 지금에도 이 별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가?

‘마지막 재야’라는 말은 재야 지도부 중 가장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참여했다는 뜻과 재야의 정신을 좀 끝까지 가져달라는 뜻 두 가지를 담고 있다. 지금도 나는 재야에서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하던 자세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재야가 아니라 제도권의 책임 있는 정치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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