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

지난 7일(금) 국립대 국정감사에서는 서울대 입시에 대해 ▲고교등급제가 적용됐고 ▲공대 특기자 전형 문제는 수학올림피아드 준비 문제를 베꼈으며 ▲지역균형선발전형에서 서울지역 학생 비율이 25% 이상을 차지하고 ▲2008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통합형 논술고사는 본고사 부활이라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운찬 총장은 “지난 60년 동안 서울대 입시에서 고교등급제 등 입시부정은 절대 없었다”며 “양심을 걸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제안한 서울대 입시 ‘특별감사’가 이뤄질 경우 서울대 입시를 사이에 둔 ‘또 다른 대결’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 국정감사(국감)에서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에 서울대 입시에 대한 특별감사(특감)를 요구한 배경은 무엇인가? 

정운찬 총장은 국감에서 “지난 60년간 서울대 입시는 객관적이고 투명했다”고 말했지만 서울대도 입시부정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국감에서 여러 문제들을 지적했지만 의혹만 있을 뿐 여전히 밝혀진 것은 없는 상태다. 그래서 교육부의 특감을 통해 지적된 의혹들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 만약 특감에서 입시부정이 적발되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나는 서울대가 입시부정을 저질렀으니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입시 부정이 발견됐을 경우 서울대가 자성과 반성의 시간을 갖고 정책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완전한 범죄행위라면 반드시 처벌해야 마땅하겠지만, 정책적 이견으로 빚어진 문제라면 정책적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대학은 학생선발을 둘러싼 입시의 자율성을 바라고 있는데?

국립대가 자율성에 관한 권리를 주장하려면 이에 따르는 공교육 정상화의 책무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는 공교육과는 동떨어진 입시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부가 내신 위주의 대입개선안을 발표했을 때 정 총장은 독자적으로 통합형 논술고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정책에 동의할 수 없으면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막후에서 논의했어야 했지만, 정 총장이 언론에 통합형 논술고사 도입을 발표해 공교육이 큰 혼선을 빚었다.

정 총장은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책무에 대해 전혀 감이 없는 듯하다. 당시 내가 정 총장에게 총장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것도 이런 연유다. 서울대가 입시 철학을 바로 세워야만 공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다.  

◆ 그렇다면 서울대 입시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서울대는 상위 0.01%의 학생들을 뽑고자 하는 ‘초정밀 변별력’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상위 1~2%에 드는 학생일지라도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 세계 상위 0.01%에 들도록 교육시키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사회통합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서울대에 강남지역의 학생들만 늘어나면 국가의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에 속하지 못하는 원인은 학생들의 타율성 때문이다. 정말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면 세계 20위권에 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 유독 서울대 입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서울대는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서울대에는 암덩어리가 숨어 있다. 철학적 기반이 완전히 잘못돼 ‘뇌암’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이 암덩어리를 제거하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리라 믿는다. 5~6년 후에 정봉주가 있어서 서울대가 이만큼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서울대가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내부의 자생력만으로는 안된다.

◆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울대 교수들은 존경받는 위치에 서 있는 만큼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당장은 지금의 지적이 아프겠지만 폐쇄적인 서울대의 문을 열 때가 됐다. 그리고 그 지적이 옳다면 서울대는 관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서울대 학생들에게는 ‘재능을 철학적 고민을 거쳐 사용하면 세상을 살아나가는 무기가 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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