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식탁 위의 쾌락』, 『커피견문록』

‘식사와 음식’이란 일상적 소재를 통해 보는 인류역사는 어떤 모습일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음식을 통한 세상보기를 시도한 두 권의 책 『식탁 위의 쾌락』과 『커피견문록』이 나왔다.

『식탁 위의 쾌락』은 서양의 식탁풍경 변천사다. 이 책은 식문화의 역사를 고대 그리스ㆍ로마와 중세, 르네상스, 19세기 시민사회의 순서로 살피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식사는 종교적 축제였다. 그들은 식사 전에 신들에게 음식과 포도주를 제물로 바쳤고 이를 통해 공동체적 유대감을 다졌다. 

중세의 음식은 신분을 드러내는 척도였다. 특히 후추 등 수입 양념은 신분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부를 과시하기 위해 ‘무슨 음식인지 모를 정도로’ 음식에 과다한 양념을 사용했다. 

식문화는 르네상스 이후 고급스러워진다. 상공업자계층의 경제력이 향상되자, 기존 귀족들이 음식의 질을 더 높혀 이들과 차별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양념 사용이 줄고, 재료의 특성을 살린 요리가 등장했다. 또 포크와 냅킨이 일반화되며 식사예절도 까다로워졌다.

한편 19세기의 식사는 토마스 만의 『부덴부로크가(家) 사람들』에 그려진 대가족의 식사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식사는 음식의 향과 맛ㆍ색 뿐 아니라 주인의 환영과 초대받은 자의 감사의 말, 식사 전의 기다림으로 구성된 ‘미학적 행사’였다. 

『식탁 위의 쾌락』이 플라톤, 몽테뉴 등 문필가들의 글과 당시 기록에 나타난 역사 속 의 장면을 끄집어 낸 책이라면, 『커피견문록』은 커피를 통해 본 인류의 문화사를 경쾌하고 솔직한 문체 속에 담은 기행문이다.

저자는 ‘커피가 인류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란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커피가 최초로 발견된 에티오피아에서 예멘, 터키, 프랑스, 브라질, 미국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커피의 문화사를 생생하게 전한다.

17세기 커피가 유럽에 전파되며 영국과 프랑스에 생겨난 커피숍들은 예술가, 지식인들의 대화의 장이 됐으며, 이곳을 통해 정치에 대한 토론과 연설이 활성화된다.  그리고 최초의 근대적 잡지는 바로 카페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시작했다. 저자는 프랑스의 카페를 “프랑스 혁명이 태동한 곳”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문화적 성숙의 원동력이었던 커피는 남아메리카로 전해졌을 때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커피 농장에는 노예 노동력이 필요했고, 지난 200년간 약 300만명의 아프리카 노예가 동원됐다. 현재 브라질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이들의 후손들은 문맹률과 빈곤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열 배 이상 높다.

미국은 군인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군용커피’를 개발했다. 1차대전 무렵 군용커피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커피는 이후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하루 종일 카페인을 마셔대며 일해 누구보다 더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려 했다”고 말한다.

『식탁 위의 쾌락』과 『커피견문록』은 일상적인 ‘음식’이란 소재를 통해 인류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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