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도서전-한국의 성공적인 등장과 남은 과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한국의 성공적인 등장과 남은 과제
  • 대학신문
  • 승인 2005.11.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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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참관기 전영애교수(독어독문학과)
짧았던 준비기간과 초기의 비효율적 진행으로 인한 우려와 달리,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는 큰 성과를 거뒀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주목받는 행사이자 세계 최대규모의 서적시장이다. 3층 건물인 대형 전시관 열 곳에 건물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수백 개의 출판사 부스가 세워졌다. 이 닷새간의 전시는 그 방대한 규모와 다양한 문화행사로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매해 선정되는 주빈국에는 한 층 전체가 제공되며, 그 문화 행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주빈국 전시실과 한국 출판사들의 부스가 모인 코너 두 곳은 이번 전시의 중심이었다. 전시실에는 준비위원회에서 선정·번역한 100권의 책이 100개의 큰 기둥 앞에 전시됐고, 그 옆에는 작품 소개를 담은 PDA가 놓였다. 다른 여러 번역서들과 한국 작가 12명의 대형사진이 전시됐고, 8만 대장경과 직지심경 전시실도 마련돼 빠른 산업화의 이미지로만 인식되는 한국의 앞선 인쇄술과 서적문화를 알렸다.

한국출판사들의 책 전시도 예년에 비해 훨씬 성황이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은 번역서를, 다른 출판사들은 한국어 도서를 전시했다. 다만 해외 출판인들과의 적극적 접촉과 국제감각이 아직은 다소 부족해보였고, 개인적으로 서울대 출판부가 없어서 아쉬웠다.
여러 언론매체들이 한국문학을 크게 다뤘고, 한 신문은 한국관련 기사를 6면에 걸쳐 싣기도 했다. 한국 문인들 중에서는 고은, 황석영, 김지하, 오정희가 주목받았고, 독문학에 바탕을 둔 김광규 시인, 젊은 세대의 김영하, 배수아, 조경란, 한강 등도 관심을 끌었다. 고은 시인은 특유의 무대적 화술로 언론인들을 사로잡았고, 그의 시가 독일의 한 신문 1면에 한국어로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고은, 황석영, 김지하 등의 작가들에 대한 조명은 아직도 정치적인 경력에 비중을 두는 듯 했다.

많은 문화 행사가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개막식 날에는 오페라 하우스에서 한국관련 행사가 마련됐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 여러 연극들, 독일에 역수출된 김민기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상연됐다. 프랑크푸르트 공원 한켠에는 한국 정원이 설치됐다. 시내 길모퉁이를 돌다보면 한국 사진전이 보이고, 불쑥 교회 안에 들어서면 무명 한국화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물론 행사의 중심은 책 전시와 작가 낭독회였다. 주빈국관과, 한국작품을 낸 독일 출판사의 부스에서도 수시로 한국작품 낭독회가 열렸다. 대부분은 소규모였지만, 대산문화재단의 주최로 ‘문학의 집’에서 행사 기간 내내 열린 낭독회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명한 독일문인에게 사회를 맡기고 전문 성우에게 낭독을 시킨 것이 주효한 전략이었다. 한편 낭독회에 북한을 초청하려는 한국 주최측의 노력에 독일 언론도 주목했다. 불참하게 될 것을 시사하면서도 홍석중, 남대윤의 이름을 넣어두다가, 마지막날 북한의 책 소개 행사로 대신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기획자가 사회를 보고, 북한에 도서실을 지원하는 서울 독일문화원 원장과 한국문인이 북한인의 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티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하기로 예정된 저명한 소설가는 숙취로 불참했고, 갑자기 대신 불려온 젊은 작가는 단상에서 옷매무새를 고쳐대 청중을 민망하게 했다.

다소 단점을 보자면, 작가들을 독일 독자들의 관심보다는 한국에서의 지명도를 중심으로 선정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독일어가 자유로운 전문통역가들이 많이 배치됐는데, 특히 독일에서 자란 통역가들의 경우 언어는 유창하지만 작가의 정밀한 문학적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 통역에 문제가 있었다. 10월에 문을 열 한국 정원도 7월에야 착공이 됐다. 프랑크푸르트 행 ‘티켓’을 무슨 권력인 양 하지 말고, 초기부터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행사는 여러모로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준비위원회와 번역원은 금년 내내 독일각지에서 낭독회를 열어왔다. 독일에서는 단독 무대공연에 가까운 작가 낭독회를 작가들이 잘 알지 못해, 처음에는 책으로 얼굴을 가리다시피 조용히 읽기도 했다. 하지만 다소는 낯선, 고급 지적 교류의 장에 대한 경험은 그만큼 작가들의 지평을 넓혀 주었을 것이다. 한독 작가들의 교류가 넓혀지는 기회도 됐는데, 특히 ‘서울작가포럼’ 등 한국에서 열린 문화행사에 초대 받았던 저명한 독일작가들이 여러 낭독회에 사회자로 초빙돼 행사 진행과 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 축구관련서 쪽에서는 한독 작가 친선 축구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이 18:3이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졌지만, 기분 좋은 기획이었다.

이런 행사를 치뤄낸 준비위원회와 한국문학번역원 등 관련기관 실무자들, 그리고 출판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일깨워진 관심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부탁한다. 아직도 우리는 세계라는 연못에 꾸준히 돌멩이를 던져 넣어야 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피서는 미국만이 아닌, 유럽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 또  문학, 인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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