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제연구소 추계학술회의 ‘세계정치와 동아시아 공간’

지난 3일(목) 문화관 2층 국제세미나실에서 ‘세계정치와 동아시아 공간’을 주제로 한 국제문제연구소의 2005 추계학술회의가 열렸다. 발표자들은 정칟경제·문화 등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공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남기정 교수(국민대·국제학부)는 ‘동아시아 냉전체제하 냉전국가의 탄생과 변형’을 주제로 동아시아 공간의 휴전체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세기 동아시아는 제국주의체제와 냉전체제, 그리고 휴전체제라는 세 가지 국제체제를 경험했다”며 “동아시아의 냉전체제는 한국전쟁을 통해 휴전체제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일본은 한국전쟁 동안 미국을 도우면서 ‘기지국갗가 됐고, 한국은 자국의 위치를 ‘전장국갗로 설정했다”며 휴전체제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휴전 이후를 전시상태의 지속이라 주장하며 스스로를 ‘전장국갗로 정의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햇볕정책과 현 정권의 대북노선에 대해 “한국이 전장국가에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이 전환에는 동아시아 국가 간의 관계와 함께 휴전체제 자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근 교수(국제대학원)는 “기존의 냉전 공간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점은 의미 있으나,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동아시아 안보 공간이 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영자 교수(건국대·정치외교학과)는 동북아시아 공간을 경제적 시각에서 바라본 ‘동북아 지역혁신체제: 동북아 반도체 생산네트워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배 교수는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칩은 제품 생산에 막대한 자금과 전문성이 필요해 대만·한국·중국의 기업이 각각 설계·공정·제조를 맡아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도체는 동북아시아 국민경제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므로 현재 기업 간의 협력을 넘어 동북아시아를 공간으로 하는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혁신체제는 기업과 연구소 등 직접 지식을 창출하는 조직과 이 조직에 자원을 공급해주는 금융기관과 같은 외부 조직들로 구성된 지역단위체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용출 교수(외교학과)는 “반도체 산업이라는 구체적 예를 든 현실감 있는 발표였으나, 반도체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지역혁신체제가 다른 분야의 산업에도 적용 가능한지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성민 교수(동아대·정치행정학부)는 “동아시아 공간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 국제정치학 연구는 군사·경제 분야에 치중해 있다”며 “문화적 힘에 대한 연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날 학술회의에 대해 최정운 교수(외교학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동아시아 공간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이뤄졌다”며 “각 분야의 연구가 어떻게 상호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계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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