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서울대 무용부 제56회 정기공연 〈Epilogue〉

지난달 23일 서울대 무용부가 문화관(73동)에서 제56회 정기공연 〈Epilogue〉를 열었다. 〈Epilogue〉는 지난 두 해 동안 이어진 비대면 공연의 끝과 한 해의 노력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무용부는 〈부채산조춤〉, 〈그냥 지금, 우리〉, 〈합(合)〉, 〈Chang!〉, 〈bin(빈)〉, 〈무용과 음악을 위한 혼합, 1번〉, 〈소고춤(김묘선류)〉이라는 일곱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생각과 음악을 몸짓으로 옮겨내다

한국 무용의 진중한 분위기와 단아한 절제미를 보여주는 〈부채산조춤〉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 ‘서울대학교무용부’에 공개됐던 〈만개〉에서 선보였던 부채산조춤이 관객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1년 7월 26일 자) 느린 동작으로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진양장단에서 무용수들은 다 함께 부채를 사선 방향으로 누른다.

이어지는 〈그냥 지금, 우리〉에서는 두 명의 무용수가 작품을 이끈다. 두 무용수는 번갈아 서로의 발목을 잡은 뒤, 걷고 뛰다가 넘어지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작품은 걸음 뒤에 따라오는 추억과 새로운 걸음이 의미하는 시작을 함께 보여준다. 무용부원 류다영(체육교육과·19) 씨는 “발자국이 남기는 과거와 미래는 결국 서로 돌아가고 흘러가는 순환”이라며 “끝내 모든 걸음은 길을 걷고 있는 현재로 모인다”라며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Chang!〉은 발자국 소리와 중독성 있는 비트로 시작해, 페도라를 쓴 무용수들의 강렬하고도 위트있는 춤으로 진행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무용부 이정우 대표(체육교육과·19)는 “이번 공연으로 무용부 활동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3학년의 작품인 만큼, 우리가 ‘창창’한 앞날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를 더해 영어로 모자의 ‘챙’을 표기했다”라고 말했다. 류다영 씨는 “무용이 심오하기만 한 장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라며 <Chang!>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새로운 시도가 주는 질문과 여운

새로운 시도로 관객의 발상을 전환시키는 작품도 돋보였다. 〈합(合)〉은 국악 선율을 중심으로 전자 드럼과 기타 등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음악에, 전공 분야가 서로 다른 무용수들이 함께하며 장르의 융합이 일어난다. 현대 무용수가 장구를 든 한국 무용수와 듀엣을 이루는 것을 보고 관객들은 가시적인 ‘합’을 확인할 수 있다. 무용부원 민동연(체육교육과·21) 씨는 “무용수들의 하나 된 호흡과 에너지로 무대를 채워 장르의 융합 그 이상의 ‘합’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bin(빈)〉은 사람의 내면을 bin(쓰레기통)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이용해 조명한다. 작품은 사람들이 각자의 감정 혹은 추억 따위를 버리거나 버렸던 것을 꺼내 볼 수 있도록 하는 ‘쓰레기통’의 존재와, 미련을 버리는 과정에서 비워지기도 하는 쓰레기통을 보여준다. 류다영 씨는 “쓰레기통에 무엇을 버리고 이를 어떻게 비울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각자의 기준을 만들고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성장이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무용 공연이 녹음된 음원으로 구성되는 반면, 이번 〈무용과 음악을 위한 혼합, 1번〉에서는 라이브 연주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연주자와 무용수의 예술적 지향점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소통을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서주(序奏)는 피아노의 첫 음에 클라리넷이 화려하고도 모호한 화성을 쌓으며 시작된다. 클라리넷 선율이 두드러지는 부분에서 연주자와 무용수는 함께 발을 맞춰 움직인다. 클라리넷을 연주한 정한샘(기악과·16) 씨는 “연주자가 음악과 무용을 매개하고 있다고 느꼈다”라며 “〈무용과 음악을 위한 혼합, 1번〉은 기존의 다원 예술을 넘어 각자가 맡은 역할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도였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코로나19 시대의 에필로그

공연은 신명 나는 작품 〈소고춤(김묘선류)〉으로 막을 내렸다. 무용수들은 다 함께 소고를 치고 대형을 빠르게 바꾸며 무대 위에서 흥과 신명을 보여준다. 방역 수칙상 금지된 함성 대신, 소고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관객의 박수 소리가 공연장을 채웠다. 공연을 관람한 박예린(의류학과·20) 씨는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공연을 오랜만에 다른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보고 들으며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무용 공연을 선물해준 서울대 무용부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오랜만의 대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용부원들은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위해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관객의 입장이 돼보기도 하며 울림 있는 공연을 올리려 노력했다. 이정우 대표는 “카메라 앵글 안에 움직임을 담는 것이 중점이 됐던 비대면 공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아래의 관객에게 감정과 의미를 실제 몸의 움직임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민동연 씨는 “비대면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해 아쉬웠던 무용수의 에너지와 전달력, 그리고 무용수의 합을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라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사진제공=서울대학교 무용부)

에필로그(Epilogue)는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배우가 관객에게 하는 말이자 소설, 연극이 끝나는 부분을 지칭하는 단어다. 끝과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하는 〈Epilogue〉를 통해 무용부원도, 그리고 관객도 또 다른 시작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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