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교육 포럼 - 「평준화정책 효과의 실증적 검토」

“좋은 실증적 연구다. 다만 성급하게 결론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소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교평준화에 관련한 이러한 연구는 진작 나왔어야 하며, 앞으로도 활발한 연구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지난 3일(목) 사범대 교육정보관 101호에서 교육종합연구원의 주최로 열린 「평준화정책 효과의 실증적 검토」 포럼에서 논의됐던 두 연구결과물에 대한 문용린 교수(교육학과)의 평가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달 27일 발표됐던 강상진 교수(연세대ㆍ교육학과)와 김기석 교수(교육학과)의 한국교육개발원(KEDI) 의뢰연구 결과물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강상진 교수는 교과목 영역, 자아존중감, 문제행동 등 19개의 준거변수를 설정하고 각각에 대해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한 「평준화 정책 효과의 횡단적 분석」에서 평준화 제도가 비평준화 제도보다 여러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교육비, 입시 스트레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연 하향 ‘평준화’인가?」라는 제목의 연구결과물을 발표한 김기석 교수는 지난해 ‘평준화지역에서 학력이 저하됐다’는 결론을 내놓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의 오점을 지적했다. KDI 연구는 고1학생들과 고2학생들의 성적을 동시에 측정한 후 ‘이 고1학생들이 일년 후 현재 고2학생들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성적향상률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행됐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성적향상률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동일한 학생들의 성적변화를 추적해야 하며, 본 연구는 그러한 방법을 따랐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준화지역 학생들의 성적향상률이 비평준화지역 학생들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이철호 부소장은 “「평준화 정책 효과의 횡단적 분석」은 학력뿐아니라 평준화가 학생에게 미치는 정의적, 인성적 영향까지 망라해 의의가 크다”고 말하고 “두 연구는 평준화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방이 옳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KDI 국제정책대학원 김태종 교수는 “두 연구 모두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평준화 문제는 한두 편의 연구로 합의가 이뤄질 수 없다”며 “다양한 연구가 누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토론자로 나선 서이종 교수(사회학과)는 “이미 30년을 넘어선 평준화 정책의 허와 실을 분석하기 위해 겨우 1년이나 3년 정도의 자료를 이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두 연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교육 불평등의 대물림 현상은 가정배경, 학습태도, 교과흥미 등에 기인할 뿐 평준화 정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김기석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해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이후 발표자들의 재반론도 이어졌지만 시간제한으로 인해 더 활발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청중으로 참여했던 신효정씨(교육학전공ㆍ석사과정)는 “토론자들 간에 소통이 잘 이뤄진 것같고, 청중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들을 많이 얻게 돼 좋았지만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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