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대학을 치료하라.”

X파일에서 드러난 불법 정관계 로비와 이재용씨의 불법상속 등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임을 자부하는 삼성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에서는 고려대 자본주의연구회(준)와 총학생회, 민주노동당 고려대학생위원회, 다함께 고려대 모임 등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고대 명예철학박사학위 반납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결성하고, 이건희 회장의 명예철학박사학위 반납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달 24일(월) 이건희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반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려대 학생을 대상으로 5천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이건희 회장은 명예철학박사학위를 가질 자격은 없지만 반납할 의무는 있다”며 “정-경-언-검과 유착하여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불법적으로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침탈하는 삼성의 총수는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학위반납운동을 주도하는 고려대 자본주의연구회(준) 김경희 회장은 “국가 존립의 핵심인 교육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학위반납운동은 학위반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삼성의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문제제기다”라고 말했다.

학위반납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성아씨(고려대 문과대ㆍ03)는 “명예경영학박사도 아니고 명예철학박사학위는 아무에게나 쉽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각종 비리의 정점에 있는 이건희 회장에게 준 학위는 학위의 성격과 학위대상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학위반납운동을 지지했다.

반면 김성철씨(고려대 공과대 02)는 “400억을 쾌척한 기업인에게 학위를 주는 것이 그리 큰 문제냐”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나로서는 현실의 문제가 급하다”라고 말해 대책위의 활동이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의 고려대 인식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을 염려했다. 또 이성진씨(고려대 공과대ㆍ04)는 “대책위의 활동은 본부정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고려대 학생위원회  황규철 회장은 “대학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여러 불법행위와 비리를 방관하고 대학이 기업에 종속되는 상황을 침묵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경희 회장은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정신에 어울리는 고대생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5월 2일 수여식 파문 이후 「고대신문」에서 펼친 설문조사에서는 시위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예철학박사 반대 시위의 명분에 동의하지만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65.5%에 달했다.

대책위는 이번 주에 학생들에게 받은 서명을 학교와 삼성 측에 전달해 박사학위반납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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