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즉석사진 매장 내 포토 부스에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이다. 스크린에 비치는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제한된 시간 내에 사진을 촬영한다. 2) 셀프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서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이들은 사진작가가 없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구조물이나 소품을 옮기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다양한 구도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3) 인화된 즉석사진을 모아 하루의 추억을 기록하는 포토 앨범이다. 4) 필름 카메라를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필름로그'의 필름 자판기다. 필름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높아 품절된 제품도 많다.
1) 즉석사진 매장 내 포토 부스에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이다. 스크린에 비치는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제한된 시간 내에 사진을 촬영한다. 2) 셀프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서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 이들은 사진작가가 없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구조물이나 소품을 옮기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다양한 구도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3) 인화된 즉석사진을 모아 하루의 추억을 기록하는 포토 앨범이다. 4) 필름 카메라를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필름로그'의 필름 자판기다. 필름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높아 품절된 제품도 많다.

사진관 카메라 앞에서 정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보다,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더 익숙한 시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사진관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고, 하나의 강력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을 주도한 이들은 누구보다 모바일에 친숙한 Z세대였다. 이들이 사진 문화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신문』이 새로이 나타난 사진 문화와 그 이면에 있는 Z세대의 특성을 들여다봤다.

 

나를 표현하는 Z세대

자기표현은 인간 본연의 욕구에 가깝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특성을 지닌 Z세대는 그런 특성을 욕구 표출 방식에 반영시킨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이수진 연구위원(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의 자기표현은 디지털 영역에서 극대화된다”라며 “온라인상에 자신의 기록을 이미지로 남기려는 성향이 강하다”라고 자기표현 욕구 해소의 공간으로서 디지털 세계가 활용됨을 강조했다. 

이런 Z세대의 특성에 따라 자기표현의 장으로 선택받은 SNS는 특히 이미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크다. 사진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셀프 포토 스튜디오는 ‘나’를 가장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튜디오 형식의 셀프 프로필 사진 문화를 이끌고 있는 ‘포토매틱’의 홍승현 대표는 ‘사진 작가 없이 사진을 찍으면 더 자연스럽고 나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획일화된 구도와 포맷, 일관된 표정이 요구되는 기존 사진관과 달리 셀프 스튜디오에서는 사진의 프레임, 색감, 소품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유로운 포즈와 표정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강동구에서 ‘이디센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진수 대표는 “셀프 스튜디오에서는 카메라와 친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기만의 포즈를 끌어낼 수 있다”라고 셀프 스튜디오만의 차별점을 내세웠다. 개성을 드러내고자 흰 색 배경을 탈피한 컬러 증명 사진을 찾는 이들도 많다. 비슷한 배경 앞에서 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정형화된 증명사진에서 벗어나, 본인의 특성에 맞는 배경색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록하는 Z세대

한편 Z세대가 사진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문화는 일회적인 현상이라기보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에 더 가깝다. 리추얼 라이프는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儀式)을 뜻하는 ‘리추얼’과 일상을 뜻하는 ‘라이프’가 합쳐진 말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규칙적인 습관을 말한다. 이는 현재 삶에서 오는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시작된 트렌드 중 하나로, 쉽게 실천 가능한 활동을 통해 일상에 활력을 더하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Z세대의 반영(反影)이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장기 저성장의 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보다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작은 습관은 일상의 행복”이라고 리추얼의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은 기록이 수반되며, 기록의 수단으로서 사진이 주목받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Z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자아가 충만한 세대로,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자신의 일상을 모두 기록하고 싶어 한다”라고 이런 현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즉석사진은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결과물을 즉각 인쇄할 수 있기에 외출한 날의 하루를 기록하는 용도로 적합하다.

최근 바디프로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리추얼 라이프의 일환이다. 이수진 박사는 “바디프로필은 본질적으로 리추얼과 연결된다”라며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어 자기규제를 하는 것이 바디프로필 열풍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촬영을 하나의 목표로 잡은 뒤 이를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PT(Personal Training)를 받거나 스스로 운동하는 것을 리추얼화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리추얼을 통해 변화된 자신의 몸을 사진으로 기록함으로써 결과의 성취감과 과정의 즐거움을 얻는다. 이때 사진은 리추얼 그 자체로 기능함과 동시에 리추얼의 결과를 기록하는 수단이 된다.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Z세대

Z세대의 사진 문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들이 디지털 네이티브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부모 세대에서 유행하던 아날로그 문화에도 적극적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고도로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모자람이 주는 충족감, 불완전함이 갖는 미학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라며 “Z세대가 옛것에서 신선함을 찾으면서 아날로그에 이끌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Z세대의 욕구를 파악하고 아날로그 감성을 사진으로 구현해낸 것이 바로 ‘인생네컷’이다. 인생네컷 이호익 대표는 “직접 촬영한 이후 손에 쥘 수 있는 실물 사진을 촬영 날짜와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 아날로그적 포인트였다”라고 밝혔다. 인생네컷의 성공 이후 즉석사진이 Z세대의 대표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포토이즘’, ‘하루필름’, ‘셀픽스’ 등 파생 브랜드가 급증했다. 인화 사진에 매료된 Z세대에 대해 박상우 교수(미학과)는 “디지털 세대에게 사진은 근원적으로 비물질적인 것인 반면, 옛날의 사진은 물질적인 것으로서 만질 수가 있다”라며 Z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사진의 물성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토매틱 또한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흑백 필터를 차용했다. 홍승현 대표는 “오래도록 남을 순간을 위해 아날로그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흑백 사진이 내는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필름 카메라도 빼놓을 수 없는 아날로그 열풍의 산물 중 하나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 카메라의 수요는 급감하는 듯했지만, 접근이 쉬운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등장을 시작으로 필름 카메라를 찾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사진을 찍으면 바로 저장되고 공유가 가능한 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는 직접 현상소를 찾아가 인화나 스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이 되려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Z세대의 흥미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김윤태 교수(고려대 공공사회학전공)는 필름 카메라 유행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소셜(social)에 대한 갈망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비대면이 아닌 대면, 터치, 사람들과의 접촉, 체험에 대한 욕망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색감의 필름 카메라를 통해 Z세대는 필름이 인화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기다림의 미학을 체험하고, 현상소에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인화된 필름과 직접 접촉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인 사진 문화가 곧 디지털 사진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Z세대가 디지털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해석이다. 즉석사진은 QR코드를 통해, 필름카메라는 필름 스캔을 통해 아날로그적 콘텐츠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이용할 수 있다. 즉, 이들은 아날로그 감성의 사진을 즐기면서도, 이를 다시 디지털 파일로 소유하고 SNS에 공유하면서 각각의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이 Z세대의 사진 문화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등장 이래로 항상 젊은 층의 주요 문화로 기능해 왔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의 사진 문화는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시각 자본주의, SNS의 등장, 휴대폰 카메라의 일상화와 함께 나타난 사진 문화는 자신을 표현하고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새로운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의 주체적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