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석 (대학원 협동과정 환경교육전공 박사과정)

근래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차량이 늘었다. 드나드는 배달용 이륜차와 통학용 이륜차 역시 많아졌다. 이 결과 지금 캠퍼스 전역은 급속히 주차장이 되어 가고 있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의 경주장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까닭에 학교 전체가 소란하기 이를 데 없다. 차량의 경적 소리와 운행 소음이 강의실과 연구실을 울리고 있고, 순환도로까지 가지 않더라도 학내 어디서나 교통체증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육중한 차를 피해 걷던 길을 비켜주기 바쁠 뿐 바람소리 고즈넉한 가운데 학문적 사색에 잠길 수 없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명백히 정책의 실패가 낳은 결과이다. 수년 전부터 시행된 서울대의 새로운 주차 정책, 즉 톨게이트 설치와 주차료 징수가 오늘날의 ‘자동차 천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아마도 학교당국은 경제적 수단으로 차량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리라. 그러나 돈만 내면 학교 당국이 책임지고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는데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으랴. 차량은 갈수록 늘기만 했다. 고심 끝에 학내 도로 곳곳의 말뚝을 뽑아내고 사람 다니던 길을 차를 위해 개방했지만 도리어 이 증가된 주차 공간이 더 많은 차량을 불러들이는 되먹임 효과를 내고 있을 뿐이다.

이 정책이 실패하게 된 근본 원인은 학교 당국이 책임질 수 없는 것을 책임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학교 당국이 아무리 많은 돈을 징수해도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공간상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공동체 내에서 서로 간의 양해와 배려를 통해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수단으로 해결하려고 들면, 저마다 편리함을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게 된다. 아울러 학교 당국이 주차 관리의 권한을 오롯이 가지려 하였기 때문에, 차량 이용자들은 돈을 내는 대신 도의적 면죄부를 받게 되고 학교 당국은 돈을 받는 대신 무한 책임을 지게 된다. 아무런 책임 없이 욕구 충족의 권리만을 갖는 수많은 이용자들과 무한 책임을 진 단 하나의 당국. 자원의 무한함을 전제하지 않는 한 이런 구도로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음이 분명하다.

문제가 이렇다고 보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학교 당국은 주차료 징수 정책을 포기하고 톨게이트를 철거하자. 더불어 없는 주차 공간을 만들어서라도 제공하려는 생각의 짐을 벗자. 그리고 관악 캠퍼스의 순환 도로 안쪽의 전역과 관악사 내부 전역을 ‘교통제한구역’으로 지정하여 원칙적으로 모든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는 것이다. 교통제한구역 내에는 시설 관리 업무에 관련된 일부 차량과 구급용 차량, 그리고 장애인 관련 차량만 간헐적으로 운행케 한다. 배달 이륜차들이 순환도로 안으로 진입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대신 순환도로 주변은 자유로운 주차 공간으로 개방하자. 한 발 양보해서 순환도로에 바로 인접하여 만들어 둔 일부 주차장까지는 주차 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다. 자유로운 주차 공간으로 개방한 이상 학교 당국은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선 이상으로는 개입하지 말자. 대신 여러 종류의 셔틀버스를 늘려 학내 대중교통수단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 6개월이나 한 1년 정도는 굉장한 혼란이 있을 것이다. 기왕의 주차 공간이 대폭 줄어드는 반면, 기존 차량 이용자들은 변함없이 차를 가지고 올 것이니 어쩌면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수업 결손이 생기는 사태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불편함을 피하고자 차량 이용을 자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전체적으로 학내 차량 대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교통 문제가 해결 될 것이다. 또 차량 이용자들은 순환도로상의 주차장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불만을 제기하겠지만 공부하기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작은 불편을 감수하자는 공동체 내의 설득을 통해, 또 스스로 차량이 없는 캠퍼스를 걸으며 쾌적함을 느끼기 위해 능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도덕경』에는 '무위이무불위'라는 말씀이 있다. 깊이 있는 통찰에 기초한 자연스러운 일 본새는 표 나지 않게 많은 일을 풀어내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학교 당국에게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놓아 버리고, 시장 원리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 간의 양해와 협력에 기반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무위’의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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