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용 (산림과학부 박사과정)

지난 5월 문화관 건물에 부딛쳐 떨어져 죽은 호랑지빠귀의 모습

호랑지빠귀 16마리, 흰배지빠귀 2마리, 큰유리새 1마리, 제비딱새 1마리, 물총새 1마리, 박새 1마리, 그리고 천연기념물인 소쩍새 4마리. 이들은 철새들의 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월 중 문화관 주변에서 죽은 채로 확인된 새의 목록이다. 특히 법대 도서관을 향한 전시실의 유리 벽면은 반사율이 높고 건물의 구조가 문화관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밤낮으로 주변의 환경이 실물처럼 반사되고 있다. 마치 유리벽에 반사된 나무와 넓은 공간이 사실처럼 보이는 것이다. 새들은 보통 유리창을 구분하지 못하며, 투명하거나 반사가 심한 유리일수록 새들의 충돌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미국에서만 연간 최소 9800만에서 9억8천만 마리의 새들이 죽는다는 추산이 있을 정도로 유리창 충돌은 새들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국내에는 아직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못한 상태이지만, 관악캠퍼스의 문화관 역시 철새들의 뜻하지 않은 죽음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관악산과 도림천에 인접한 관악 캠퍼스는 지금까지 많은 새들의 좋은 서식지였지만, 학교 내부의 노후 건물의 개축과 신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완공되었거나 신축 중인 건물들은 모두 처마가 없고 외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 이런 건물들은 처마 밑에 둥지를 짓는 동물들이 관악을 떠나게 하며,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넓은 유리창은 새들이 충돌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관악 캠퍼스는 불과 10년 전까지 많은 제비가 둥지를 틀고 번식했지만, 최근에는 캠퍼스 내부에서 번식하는 제비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제비가 감소한 이유는 서울에 도래하는 전체 제비가 감소한 것과도 관련이 있지만, 무엇보다 서울 시내에 비해 녹지공간과 하천이 인접한 관악 캠퍼스에서도 둥지를 틀 수 있는 재료와 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으로 보인다. 현재 농생대 건물이 들어선 자연대 운동장은 제비들이 집을 짓기 위해 흙을 모으는 중요한 장소였으며, 테니스장으로 탈바꿈한 공대 연못은 제비들이 먹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철쭉이 만발할 때면 덤불 속에서 꼭꼭 숨어 지저귀던 울새의 소리도 점차 듣기 어려워지며, 꼬리를 흔들거리며 메뚜기를 노리던 때까치도 요즘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새들이 떠나고 있는 관악 캠퍼스에 다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먼저 번식에 유리한 환경의 조성이다. 건물에 작은 처마를 만드는 것으로도 제비의 둥지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콘크리트로 포장할 필요가 없는 곳에는 흙과 모래바닥을 유지하여 새들이 먹이를 찾거나 모래목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먹이나 번식 공간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먹이대 또는 인공둥지의 설치도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녹지 감소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각종 건물 증가로 인한 녹지의 감소는 불가피하므로 줄어드는 면적만큼 단위 면적당 수목의 밀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목(키 큰 나무) 사이에 관목층(키 작은 나무들)을 조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식생의 수직적 다양성을 증가시킬 수 있고, 바닥에서 생활하는 새들에게는 둥지를 만들거나 먹이를 얻고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장과류나 과일이 열리는 유실수를 심어 조류의 먹이자원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점차 늘어나는 건물의 유리창 벽면에 새들이 부딛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반투명 코팅 또는 색유리 설치로 인해 반사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으며, 건물 설계 단계에서는 유리창의 면적을 불필요하게 늘리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반사도가 높은 유리창 인근의 가로등은 갓을 설치하여 빛이 옆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절함으로써, 야간에 주변 환경이 유리에 반사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비효율적인 면이 있지만 피해가 큰 유리벽면에는 그물망을 설치해서 충돌의 충격을 줄이거나 매와 같은 육식성 조류의 스티커나 모빌을 걸어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제비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고 한다. 관악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캠퍼스에선 오히려 사람이 사는 향기가 점차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닐까. 건물의 신축과 녹지의 감소는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위한 불가피하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관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을 위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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