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진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 계획 및 문제점

서울대가 관악산을 해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다. 대학캠퍼스의 시설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학교의 녹지공간은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규장각 앞 잔디도, 사범대 간이식당 뒤의 숲도, 사회과학대학 뒤의 언덕도 개발의 압력에 밀려 사라졌다. 이처럼 서울대는 ‘녹지’와 ‘교육시설’ 사이의 선택에서 후자를 택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과연 서울대 구성원의 뜻은 본부가 추진하는 뜻과 일치하는 것인가? 그 모든 건물들이 절실한 필요에 의해 지어지는 것인가? 그렇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첫째, 서울대의 계획 및 설계 과정이 보다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학생, 교직원들이 결정과정에 개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과연 저 시설을 우리가 들여올 필요가 있는갚에 대한 검토가 지금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서울대에도 “이 녹지만큼은 침범 못한다”는 그린벨트가 설정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지역을 서울대 자체에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하여 개발의 압력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환경교육

교육 기관인 서울대가 학생들에게 과연 환경의 가치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는가? 학교 수업의 문제점과 학생들의 생태적 무지에 대해서 살피면서 이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대에는 환경이라는 가치에 반하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환경의 가치에 대해서 가르치는 수업이 있다. 전자의 예로 대표적인 것이 골프 수업이다. 서울대 교양과정에는 10개의 골프 강좌가 개설돼 있다. 각 강좌 당 수강정원은 30명. 정원이 찬다고 가정하면 1년에 600명이 골프를 배우게 된다. 서울대 졸업생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골프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창출할 골프 수요는 적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골프라는 스포츠는 수십 년 된 나무를 베어내고, 오랜 기간 생성된 토양을 교체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농약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골프수업에서는 이러한 측면을 전혀 내면화 시키지 않는다. 단지 쾌적한 환경속에서 진행되는 스포츠이므로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강조해 이를 내면화시킨다. 따라서 골프수업의 축소 내지는 폐지를 위한 노력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한편, 후자의 예로는 교양과정의 ‘현대산업사회의 환경문제’, ‘인간과 환경’ 기타 전공 과정의 ‘숲과 인간’, ‘환경경제학’ 등이 있다. 학생들이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환경 관련 강의를 수강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관악산을 등에 지고 있는 서울대와 같이 여러 종의 식물, 동물들이 있는 캠퍼스도 드물 것이다. 서울대는 이러한 자연자원을 학생들의 환경교육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학교 이곳저곳에는 나무의 수종을 알리는 팻말들이 있지만, 사실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나무는 이름이 무엇이며,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열매는 어떻게 맺히는지 등, 캠퍼스의 나무를 통해서도 학생들은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쇠팻말을 붙이기보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경우처럼 재미있는 해설이 가미된 설명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서울대 에코 캠퍼스 방침의 문제점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사업을 대표로 하여 서울대에서도 에코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일단, 투수성 블록을 사용하여 기존의 투수성이 없는 콘크리트를 대체하는 것은 서울대에서의 물 순환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학생들에게도 어느 정도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서관 계단의 소재를 조금 더 좋은 돌로 바꿨다고 해서 학교의 물질, 에너지 순환에 좋은 영향이 미쳐질 것인가? 총체적인 인식의 관점에서 친환경적인 캠퍼스에 도달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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