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0년을 돌아보다

억압받는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며 노동운동과 사회변혁의 구심점이 돼 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11일(금)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과 고조된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노동탄압과 어용노조에 시달리던 노동현장으로 이어져 민주노조들의 이른바 ‘노동자대투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축적된 노동운동 에너지는 1990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결성했고 1993년 전국노조대표자회의(전노대)를 거쳐 1995년 11월 11일 ▲자주성 ▲민주성 ▲계급성을 정체성으로 삼는 민주노총을 탄생시켰다.

출범 이후 민주노총은 1996년 노동법개정 총파업 투쟁, 1997년 삼성 무노조 경영 규탄 투쟁, 1998년 부당노동행위 근절 투쟁 등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싸웠고 창립 4년째인 1999년에 합법노조로 인정받아 민중을 대변하는 주요 사회세력으로 거듭났다. 또 진보정당으로 50년만에 원내진입을 이룬 민주노동당(민노당)이 제도권 정치에서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다는 점도 민주노총의 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일궈낸 원동력인 노동자의 결집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올해 초 온건한 지도부에 불복해 강경파가 일으킨 폭력사태, 기아차와 현대차 노조의 비리, 지도부 인사의 금품수수 등에서 나타난 민주노총의 비민주성과 도덕성 실추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또 비정규직 문제 역시 1년째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26 재선거에서 민노당이 울산 북구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민주노총에 대한 노동자의 신뢰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지난 11일 ‘민주노총의 현재 그리고 미러라는 주제로 열린 민주노총 10주년 기념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 10년의 평가와 함께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지적과 해결방안을 토론했다.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현재 상황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라고 규정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조직 양극화 등 현장 조직력 약화와 정규직 기업중심 노조운동, 정파간 다툼 등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장은 “기업노조와 비정규직, 미조직노동자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산업별노조(사업장단위가 아닌 산업에 속한 전체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조)로의 전환을 위해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며 “비정규직과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는 노동운동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ㆍ사회학과)는 “민주노총은 시민들에게 국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으키고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를 크게 진전시켰다”고 민주노총의 지난 10년을 평가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추락은 국가, 자본,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뿐만 아니라 일정부분 실제 민주노총의 문제에 기초해 있다”며 간부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또 조 교수는 민주노총의 역량에 대해 비판하면서 “민주노총이 아닌 새로운 주체와 구심점이 요구되고 있는지 모른다”며 “민주노총은 자기혁신과 자기정화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과 지도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의식 문제도 제기됐다. 조건준 민주금속연맹 조직국장은 노동자들의 진정성 부재를 지적하며 “혁명과 전투를 얘기하지만 기업노조를 벗어나 적극적인 투쟁에는 나서지 않는다”며 “현장 노동자들의 관념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조 국장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대립 등 작업장 내 파괴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노당은 10주년 축전에서 “현재의 위기상황을 기회로 삼아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은 “뿌리 깊은 나무는 그 어떤 광풍에도 꺾이지 않듯 민주로총의 위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민주노총 10주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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