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주 사회문화부장
구효주 사회문화부장

이제 미얀마의 현지 상황을 다루는 기사는 잘 보이지 않는다. 며칠 전이 5·18이었고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신시아 마웅 박사가 광주인권상을 수상했기에 나름대로 환기가 됐다. 그러나 평소에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미얀마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도 검색창에 ‘미얀마’를 치면 가장 위에 뜨는 연관검색어가 ‘미얀마 현재상황’이다. 아직은 미얀마의 상황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일말의 안도감을 느낀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큰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고, 1년이 넘어가자 새롭게 다가오는 사실은 하나도 없기에 이를 다루는 기사가 점점 사라지는 건 당연지사일지 모르겠다. 시간과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 조금 더 급박하고 파급력이 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둘 중 어떤 것이 더 중대한 문제인지 저울질하기에는 둘 다 참혹한 상황이지만.

내가 잠깐의 시간을 들여 미얀마의 상황을 확인하는 이유는 아주 약간의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미얀마 민주화 운동 최전선에서 싸우는 학생 운동가를 인터뷰하고 미얀마 상황에 관한 기획을 썼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고 이를 돌아보니, 내가 그들의 아픔과 투쟁을 단지 하나의 기사 소재로만 여긴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감정은 죄책감이라기보다는 지금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무력감에 가깝다. 

지난 12일(목)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군부에 체포된 민주인사는 10,621명, 사망자는 1,835명으로 추산된다. 미얀마의 민주 진영인 민족통합정부(NUG)는 지난해 9월 군사정권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고, 군부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시민방위군을 전멸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니, 수치화되지 않는 피해는 더 막대할 테다. 군사 쿠데타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붕괴시켰을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삶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미얀마 국경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율은 20~30%에 달했고 이조차도 과소 측정된 수치다. 군사 쿠데타 이후 의료 공급망이 끊겨 병에 걸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얀마 민주 진영이 여러 방면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촉구하고 있지만, 군부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움직임은 없다. 이 지점에서 2001년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결의한 R2P(보호책임 원칙)는 어디에 있는지 묻게 되는 것이다.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도적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국가의 내·외부에서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었으나 번번이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안전보장이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R2P에 걸었던 마지막 희망을 버려야 하나?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시의적절한 토양을 만났을 때 다시 꽃필 수 있다.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개인이 보이는 관심과 연대가 민주화라는 비옥한 토양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잊지 말자. 내일은 미얀마 쿠데타 478일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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