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도서 100권 선정 이후 한 학기

지난 3월 ‘서울대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선정위원회’(선정위원회)는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권장도서 100권)을 발표했다. 권장도서 목록은 발표 당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서울대생을 위해 마련된 권장도서 100권은 정작 서울대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까?

교내 서적부 유정순씨는 “학생들이 권장도서라 해서 자발적으로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교재로 지정된 책의 판매부수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 학기 수업 교재로 쓰였던 『파우스트』, 『변신』은 목록 발표 이후 각각 50여부가, 『백년동안의 고독』은 30여부 정도가 판매됐다. 『과학 혁명의 구조』나 『이기적 유전자』는 권장도서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이전부터 꾸준히 팔리고 있다. 반면 내용이 어려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책들도 있다. 유정순씨는 “『우파니샤드』나 『보조법어』와 같은 책들은 학생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정위원회는 권장도서 100권이 단순한 목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중앙도서관 권장도서실 설치 ▲핵심교양 교과목 개발 ▲선집 발간  ▲해제집 발간 등의 후속 조치를 계획?실행하고 있다.

지난 6월 개실한 중앙도서관 기초교육정보실에는 학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권장도서 100권이 비치돼 있다. 기초교육정보실 안장희 실장은 “기초교육정보실에 가보면 비치된 권장도서를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장도서와 핵심교양 교과목과의 연계는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권장도서 100권의 후속 조치 내용을 보면, 현재 개설된 일부 핵심교양 과목에서 권장도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학기 「한국인의 삶과 문학」 수업에서 『한중록』을 가르치고 있는 정병설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수업에서 권장도서를 사용하라는 공식적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책을 읽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지금까지의 논의뿐 아니라 학술 심포지엄 개최 등 권장도서와 수업 간의 연계에 대한 심화된 토론과 연구를 거쳐 그 결과를 실제 수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정위원회에 참여한 교무부처장 여정성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수업 개발 후속 조치에 대해 “앞으로 기초교육원을 중심으로 핵심교양 과목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고전 특강 시리즈도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20일(일)에는 각 분야의 전공 교수들과 학외 전문가들의 해당 도서에 대한 독서 지침과 해설을 담은 『권장도서 해제집』(해제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해제집에는 책의 핵심 내용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학생들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판본, 개작, 번역서 등에 대한 정보가 함께 들어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문 실력도 늘릴 겸 원문과 대조해서 읽으면 더 좋겠다’는 『논어』의 경우처럼 교수님의 독서 조언도 담겨 있다. 또 『에밀』과 같이 방대하고 난해한 책의 경우 학생들이 자칫 오해하기 쉬운 저자의 사상이나 핵심 개념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제자가 독서 방향을 잡아준다.

또 선정위원회는 비전공자도 쉽게 고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발췌선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선정 작업에 참여했던 임홍배 교수(독어독문학과)는 “학생들이 읽기에 어려운 수준의 책이 많고, 주해가 없는 경우도 있어 후속작업으로 시간을 두고 선집을 발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정성 교수는 “우선 ‘과학고전’에 대한 발췌선집 원고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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