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 중앙아시아학 연구 현황-김호동 교수(동양사학과)

최근 『집사』 (集史) 1부가 완역됐다. 몽골제국의 재상이었던 랏시드 앗 딘이 쓴 『집사』는 ‘최초의 세계사’로 불리는 역사서로, 1부는 몽골제국사를 담고 있다. 이에 『집사』 원전을 번역한 중앙아시아학회장 김호동 교수(동양사학과)를 만나 중앙아시아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국내 중앙아시아학 연구현황은 어떤가?

A: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중국 신강지역에서 우즈베키스탄 지역을 아우르는 투르키스탄 지역을 가리키며, 넓은 의미로는 만주, 몽고, 티베트, 카자흐스탄, 아프카니스탄 지역을 포함한다. 중앙아시아학은 이 지역의 역사, 언어, 고고미술 등 사회 전반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일본의 경우 19세기 말부터 만주와 몽고 역사 연구가 시작됐으며, 연구 수준도 세계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 연구가 중국과 일본, 서양 몇몇 국가에 치중돼 이뤄졌고, 몽골어?위구르어?페르시아어 등 현지어 습득도 어려웠다. 이와 같이 연구 여건이 좋지 않아 연구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러다 80년대 들어 소련이 붕괴되고 중앙아시아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현지어를 습득하는 유학생들이 늘어났다. 90년대 들어서는 연구자 수도 늘고 현지어 연구도 비교적 활성화됐다. 1993년에 창립된 중앙아시아 연구회는 1996년에 중앙아시아학회로 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 번역된 현지어 저서는 몽골어를 번역한 『몽골비사』, 아랍어를 번역한 『이븐바투타 여행기』, 페르시아어 번역서인 『집사』 등 아직 손에 꼽을 정도다.

Q: 중앙아시아학의 연구 의의와 필요성은?

A: 중앙아시아는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많은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어가 몽고어, 만주어와 같은 알타이계 언어라는 점, 신라 유적에서 중앙아시아 유물이 많이 출토된 사례나, 고려와 몽고의 관계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또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총체적 연구를 위해서도 중앙아시아학이 필요하다. 유목민은 13세기에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등 유라시아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또 동서양의 문화, 경제 교류를 이해하는 데에도 실크로드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최근 중앙아시아 연구자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제도적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힘든 현지어 공부를 마쳐도 전문성을 발휘할 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앙아시아 연구인력 확충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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