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의 정치경제
제도의 정치경제
  • 대학신문
  • 승인 2005.11.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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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세계학계동향 ① 정치학 - 조석주 교수 (예일대?정치학)

■ 연재 순서

1 정치학- 조석주 교수(예일대ㆍ정치학)
2 철학- 양선이  박사
      (더햄대ㆍ철학과 박사후 연수과정)
3 의학- 윤석현 교수(하버드대ㆍ의대)


학문 연구를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교류뿐 아니라 해외의 학문적 흐름에 대해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호교류를 통해 학문 연구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신문』에서는 인문ㆍ사회ㆍ자연 각 분야 가운데 해외에서 연구하고 있는 한국 학자들을 선정해 그 지역의 학계 동향에 대해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정치학은 종합적 학문이다. 인간사의 갈등이 분출되고 조정되는 곳이 정치이고, 갈등이란 삶의 모든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다보니, 정치 연구는 다양한 영역의 연구들과 연관돼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치학은 다른 분야와의 연관 속에서 자신을 정립해 왔다. 한때 정치학은 사회학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또 다른 때에는 심리학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다. 좀더 최근의 현상으로 정치학 내의 한 경향을 볼 수 있으니, 정치학을 경제학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연구하는 경향,  바로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 이다.

전통적으로 ‘정치경제’는 정치와 경제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분야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미국학계에서는 1980년대 이후로 ‘정치경제’를 미시 경제학적 방법을 통한 정치현상의 연구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정치제도를 경제학적 방법을 통하여 연구하는 ‘제도의 정치경제’라 할 수 있다.

‘제도의 정치경제’가 주목받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세기 후반 아시아와 동구권의 여러 나라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새 정치제도들을 채택하였다. 이에 정치학자들은 ‘내각제와 대통령제 중 무엇이 나은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 중 무엇이 바람직한갗 등의 질문들을 다시 던지게 되었다. 둘째, 이러한 질문들은 1950년대 이후 성장해 온 ‘정치경제적 방법’과 조우하게 된다. ‘합리적 선택이론’이라고 불리는 이 분야의 제1 세대들은 개인들의 정책에 대한 선호로부터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혹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만한 정책을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허나, 개인들의 선호만으로 집단적 선택을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이해와 견해를 가진 집단이라해도, 어떤 제도하에서 선택하느냐에 따라 선택의 결과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선택이론’은 전통적 제도주의를 넘어서는 체계적 연구 방법을 제공하였다. 셋째, ‘제도의 정치경제’는 거시경제학의 한 전통으로부터도 등장하였다. 국가 간 경제 지표의 차이가 경제적 변수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부 정책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하던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은 어떻게 결정되는갗라는 질문을 던진다. 즉 그동안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과정을 이론적으로 분석한 것에 근거해 “이런 경제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식의 규범적 처방만을 내어왔던 경제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주체들의 경제정책 결정과정 자체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그럼, 현재`‘제도의 정치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의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제도의 정치경제’의 틀은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 하에서는 주권을 가진 일반 시민들이 서로 다른 정책에 대해 선호를 가지며, 이러한 선호는 두 단계를 통해 정책으로 반영된다. 첫째, 정해진 규칙하에서 시민들은 대표자들을 선출한다. 둘째, 선출된 대표자들은 정해진 규칙하에서 협상을 통해 최종 정책을 결정한다. 따라서 민주주의 이상의 실현 여부는 이 단계들을 규정하는 제도가 무엇이냐에 달려있다. 첫 단계를 규정하는 제도가 선거제도이며, 서로 다른 선거제도는 정치체제내의 정당의 숫자, 정당 내의 결속 여부, 시민과 대표자 간의 관계, 이익집단의 로비양태 등에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수학적 모델을 통해 증명되어 왔다. 둘째 단계를 규정하는 제도는 입법?사법?행정부의 관계, 의회 내의 의사결정 규칙 등을 포괄한다. 이에 관해서도, 수학적 모델을 통해 의사결정 규칙의 작은 차이가 최종 정책에 상당한 차이를 줄 수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두 단계에서의 제도는 서로 독립적으로 연구되어 왔는데, 최근 이 두 제도에 대한 종합적 연구, 즉 서로 다른 선거제도와 의사결정 규칙간의 조합을 연구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대통령제는 비례대표제와 결합하여야 하는갗 혹은 ‘다수대표제와 결합하여야하는갗 하는 현실적인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제도개혁의 문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선거구제의 개혁이나 개헌의 문제는 앞으로 한국정치의 향방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서 가장 아쉬운 점은 많은 이들이 제도 간의 차이를 분석하려 하기보다는 “제도보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며 제도에 관한 논의를 멈춘다는 것이다. 사람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제도를 잘 운영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행동한다. 어떤 정치제도냐에 따라 정치가들의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가들의 정치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 일반 시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치제도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제도의 정치경제’가 이러한 정치제도를 찾아 낼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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