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방향부터 수업 모델까지 다양한 아이디어 빛나

지난 15일(금) 자연대(26동)에서 ‘지혜의 샘, 서울대 교양교육을 위한 별별 아이디어’ 발표회가 열렸다. 기초교육원은 내부에서 교양 교육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하던 형태를 벗어나 교육 당사자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달 30일까지 본교 교수, 학생, 직원을 대상으로 교양 교육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공모전에 접수된 28건의 신청서 가운데 심사를 거쳐 선정된 5개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최윤영 기초교육원장(독어독문학과)은 개회사에서 “기초교육원에서 스스로 낼 수 없었던 좋은 아이디어들이 매우 많았다”라며 “프로젝트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는 실제 교육 현장에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발표자로 나선 한숭희 교수(교육학과)는 교양 교육 평가에서 급락제(S/U)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학의 교양 교육은 고등학교 때까지 시험형 인간으로 살아온 아이들이 학문형 인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현재는 경쟁과 성적에 대한 불안감이 도전적 질문을 던질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교양 과목 전체에 대한 S/U 적용 △교수자 재량에 따른 S/U 전환 △재학 연한 동안 허용된 횟수만큼 S/U 선택이라는 세 가지 방식을 제안하며 “S/U 평가를 확대한다면 독서량이나 글쓰기 분량을 늘리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융합주제강좌’나 ‘신입생 세미나’ 같은 교양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디어도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김세직 교수(경제학부)가 제안한 ‘한국 살리기(Saving Korea) 교양 강좌 시리즈’는 △열린 문제 △심포지엄식 수업 △상호주관적 창의성 평가가 결합된 창조형 수업을 통해 한국이 당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고안해 보도록 구성됐다. 김 교수는 “한국이 마주할 수많은 문제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을 구할 새로운 아이디어는 외국의 학자들이 결코 제공해 주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남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모방형 인적 자본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창조형 인적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일한 학생 발표자였던 배서정 씨(언론정보학과·21)는 새로운 교양 수업 모델인 ‘집단지성 수업 모델’과 ‘셀(cell)형 수업 모델’을 제안했다. 그는 먼저 “만들어진 지식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 지식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수업 방식이 필요하다”라며 그룹 활동을 통해 위키피디아* 형태의 온라인 공간을 구성해 나가는 집단지성 수업 모델을 제안했다. 이어 셀형 수업 모델에 대해서는 “효율성에 따라 자유자재로 수강생과 수업, 교실 등이 합쳐지고 분리되는 유동적인 형태”라며 “다양한 학과 간의 교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초교육원의 교육 지원 체계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기초교육원 조수남 강의교수는 이공계 학생들이 과학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공계 학생들에게는 포스터 제작,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실험 보고서 작성 등이 중요하다”라며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해 많은 학생이 혼자 시행착오를 거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사추세츠 공대와 옥스퍼드대의 사례를 소개하며 “서울대 기초교육원도 풍부한 교육 자원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권오남 교수(수학교육과)가 제안한 것은 창의성 교육을 위한 강의 평가개선안이었다. 그는 “창의성은 서울대의 핵심적인 가치이나, 강의평가 문항은 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창의성을 반영한 평가 문항의 예시로 ‘이 강의를 통해 내 창의성이 향상됐다’ ‘강의자는 창의성을 갖추도록 장려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시험 등의 평가 방법이 창의성을 요구하도록 출제됐다’ 등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이를 통해 교수자에게 창의성 교육을 구성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라며 “학생들도 스스로 창의성에 대해 메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자연대 유재준 학장(물리천문학부)은 발표가 끝난 뒤 “‘지혜의 샘’이 서울대 교육이 더 발전하게 만드는 싹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공동 심사위원장을 맡은 강창우 교수(독어독문학과) 역시 “교육과 교수법을 주제로 깊이 고민하고 같이 모여 토론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라고 심사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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