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취업 후 도움이 된 이 책 ② 대중문화계: 이정표 프리랜서 음악인 (국악과·04년도졸업)

지금에야 미약하게나마 내가 나아갈 길을 헤쳐 나가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안개 속이던 재작년 이맘때를 돌아본다. 그 당시 나는 2001년도 MBC 대학가요제 수상 이후에 연락이 닿은 기획사와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곧 발매될 것처럼 보이던 앨범은 시간이 갈수록 기약이 없는 상태였다. 점점 심해지는 조급함에다 10년을 같이한 가야금에 대한 미련까지 더해져 심신이 많이 지쳐 휴학까지 했을 때 지인이 책 한권을 추천해주었다. 제목인즉, 『인생 망가져도 고!』. 척 보기에도 촌스런 표지에 유치한 카피문구 하며 널찍널찍한 글씨체로 보아 어렵고 심오한 내용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였다. 문화평론가인 작가의 경험담 위주로 써내려간 그 책은 가볍게 후루룩 넘기면서 볼만한 내용의 에세이로 꽤 재미있긴 했지만 그 당시 내겐 고작 이삼일 정도의 위안이 되었을 뿐이다.

해가 바뀌고 이듬해인 2004년, 평생 할 음악인데 소신껏 한 번 해보자고 결심을 굳힌 나는 소속사와의 계약도 정리하고 복학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KBS 드라마 ‘백설공주’의 ‘I Say’란 곡을 부를 기회가 생겼고, 이어서 ‘풀하우스’의 메인타이틀인 ‘스땁따라~’로 시작하는, 일명 ‘샤랄라송’을 녹음하게 되었다.

인터넷 상에서 노래가 유명해지자, ‘내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당시, 기분전환 겸 다시 집어든 이 책의 위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혼자 빙긋이 웃으며 만족할 수 있다면 굳이 얘기를 밖으로 꺼낼 필요가 없다. 남들은 그 가치를 모르니까… 꿈은 최초의 충동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이다. 꿈을 좌절시키게 하는 쓸데없는 간섭과 충고를 무시하자.”

작가는 문화평론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꿈은 만화가라고 한다. 대중음악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와, 이것저것 재주가 많지만 사실은 만화가에 대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작가와의 교감 때문이었는지 예술적 동질감에 상당부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스스로 기운을 북돋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비교적 온실 속에서 자라온 나에게 작가의 자유로운 일본 유학 시절 삶의 방식들은 시야의 폭을 넓혀주었다. 

이후 드라마 ‘해신’, 영화‘늑대의 유혹’ OST에 참여하고 올해에는 리쌍 3집 ‘JJJ’ 등을 피처링했다. 지금은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위해서 데모작업을 하고 있는데, 혼자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생활 속에 갇혀있다 보니 여전히 자주 슬럼프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책을 꺼내들고 자기암시를 하면서 나를 격려한다. 꿈이 있는 한 인생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