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한국 속의 세계』상·하, 『공간의 문화정치학』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조이담 지음, 바람구두, 1만원, 288쪽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건축·도시계획 전공자인 저자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이 책은 ‘경성 만보객 新 박태원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두 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은 1919년부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등장하기 직전인 1934년까지를 배경으로 한 저자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소년 박태원의 성장소설이자 역사소설이다. 민족대표 33인 등 역사 속의 인물, 사건들이 당시 경성의 도시풍경과 함께 그려진다.

두 번째 장은 저자의 특별한 주석이 첨부된 다시 보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하루 동안 서울 시내를 거닐며 식민지 조선의 모습을 스케치하듯 묘사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구보의 동선을 따라가며, 구보가 지나친 화신상회, 조선은행, 대한문 등의 사진을 덧붙였다. 또 태평로의 고물상 거리, 경성역의 대합실, 이상, 박태원 등 예술가들이 자주 들렀다는 다방 ‘낙랑파라’ 등에 대한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통해 1930년대의 서울을 보여준다.

이 책은 ‘서울근대고고학’이라는 저자의 표현처럼 1930년대 서울의 풍경과 풍습을 풍부한 사진을 통해 재구성했다.


『한국 속의 세계』상·하, 정수일 지음, 창비, 각 1만 3천원, 244쪽 (상), 256쪽(하)

중국 출생으로 평양외대 강단에 섰던 정수일 교수(전 단국대·사학과)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투옥된 후 지난 2000년 출소했다. 이후 그는 『씰크로드학』, 『문명교류사연구』 등 동양과 서양의 역사·문화를 아우르는 내용의 저서를 지속적으로 집필해왔다.

『한국 속의 세계』는 정 교수가 지난 1년간 「한겨레」에 주당 1회씩 연재한 ‘문명교류기행’을 모아 전체적으로 고치고 다듬은 책. 이 책에서 그는 한국 역사·문화가 외국과 접촉한 교류의 흔적을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통틀어 49가지 주제로 나눠 발굴했다. 주제는 북방 유라시아 초원지대 문화의 영향을 받은 신석기 시대, 로마와 서역 문화를 수용한 신라, 고유의 온돌 문화에 당과 말갈의 무덤양식을 받아들인 발해, 이웃나라의 대장경을 종합·보완해 『팔만대장경』을 완성한 고려 등으로 다양하다.

그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세계와 고립시켜 통시적(通時的)으로만 보아오던 구폐(舊弊)를 벗어나 세계와 상관시켜 공시적(共時的)으로 눈높이를 맞춰보는 것이다”며 이 책의 의의를 말한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세계 속 한국의 위상 정립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뜻 깊게 다가올 것이다.


『공간의 문화정치학』, 이무용 지음, 논형, 2만원, 389쪽


도심을 가득 채운 전광판, 피할 수 없는 버스 속 광고방송으로 답답해지지 않는가. 상업화된 대학가, 개성 없는 지역축제에서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지 않는가? 이 책은 저자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활동을 하면서, 또 ‘클럽문화협회’에서 홍대 ‘클럽데이’를 기획하면서 오랜 기간 이 문제들에 대해 고민한 과정과 결과를 담고 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1장은 문화정치학, 장소마케팅과 관련된 이론적 논의를, 나머지 장은 ‘공간, 문화, 정캄라는 화두로 실제 문화현장의 의미와 한계, 발전방향을 다룬다.

특히 8장 ‘캠퍼스 다시 읽기’에서 ‘녹두거리’와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새롭게 바라본 부분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1980년대 비판, 저항의 상징이었던 두 곳을 그리워하며, 현재 모습을 부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시대와 학생들이 변한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미들이 공존하는 대학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공간 속에서 함께 생각하고, 놀고, 싸우고,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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