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가 북한 내 서열 23위인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임을 시인한 뒤, 북한에서의 정치 활동을 부인했던 송 교수에 대한 실망 여론이 높아졌다. 특히 언론과 정계의 비난은 이제 인신공격의 수준에 이르렀다.

송 교수가 북한 공작원으로서 남한 유학생을 전문적으로 월북시켰다면 엄중처벌되는 것이 당연하다.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차치하더라도 이는 인권법에 어긋나는 일이다. 또 이러한 정치 활동은 남북 모두를 조국으로 여겨 어느 곳도 택하지 않겠다고 한 송 교수의 다짐을 무색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행동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한 지식인을 '친북'하게 한 남한 사회의 배타성을 짚고 싶다. 1974년 독일 유학생 송두율은 유신 체제에 반대하는 '민주사회건설협의회'의 초대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화 운동을 계속하던 그는 '6월 항쟁' 이후 통일로 운동 방향을 전환했다. 95년에는 '남북해외통일학술회의' 개최의 주역을 맡아 남북한 학자들의 통일 논의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민주화·통일 노력은 해외와 북한에서만 진행될 수 있었다. 구체적인 친북 활동의 증거가 없던 지난 수십 년 동안 송 교수는 군사 정권이 규정한 반체제·친북인사로 낙인 찍혀 남한 사회에서 버림 받았다. 해외에 망명하여 북한사회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70년대 유신의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사회주의를 공부하던 지식인이 친북 성향을 띠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송교수의 정당성 따지기 전에 남한 사회 배타성 짚어야
일부 언론의 '…카더라' 식 보도 색깔론 조장 우려

 '껀수'만 있으면 '색깔론'을 들이미는 남한의 배타성은 송 교수의 친북행위를 확인된 것 이상으로 확대하고 친북의혹자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송 교수의 노동당 입당이 자발적인 것이었는지 아닌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송 교수가 김일성 사망 때 김정일 손을 잡고 통곡했다"는 식의 자극적인 '…카더라' 통신을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또 송 교수를 우호적으로 묘사한 프로그램을 내보내 구설수에 오른 정연주 KBS 사장은 그가 「한겨레」 논설주간이었을 때 송 교수가 「한겨레」의 고정 칼럼니스트였다는 이유 하나로 '친북인사'로 몰리고 있다.

보수 정계의 '…카더라' 통신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또 정연주 사장은 실제로 '친북인사'일지도 모른다 치자.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세세한 조항까지 언급하며 '법치'를 강조하는 대한민국에서 확실한 증거 없이 여론을 몰아가는 것은 부당한 행위다. 송 교수든, 누구든 그들에게 '혐의'가 있다면 재판에서 밝힐 일이다. 그에 대한 비판은 결과가 나온 이후 정확한 자료를 두고 해도 늦지 않다.

애초에 검찰 조사를 받기로 하고 남한을 방문한 이상, 송 교수도 지금껏 속여온 친북 활동이 드러날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학자적 양심이 조롱당할 것을 알면서도 고국에 오고 싶었을 송 교수의 모습은 7, 80년대 해외로 망명당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일는지 모른다. 그의 친북에 우리의 책임이 일부 있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나서 그를 비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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