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취업 후 도움이 된 이 책 3 언론계-김세원 KBS 라디오 프로듀서 (법학과 97년 졸업)

“PD가 뭐하는 거야?” 아버지에게서도, 소개팅을 나가서도 받는 질문이다. 난 운이 나쁘면 하루에 PD 백 명도 보겠지만 다른 분들은(음지에서 일하는 우리 직업의 특성상) 도대체 회사에서 뭐하면서 뭉개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겠지. 심지어 라디오 PD라니.
보통은 기획과 구성이 PD 본연의 임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상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람을 꼬셔서 일을 시켜 최대 성과(좋은 프로그램)를 얻어내는 것이다.

특히 진행자가 라디오 프로그램 성패의 70%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라디오에서는 PD와 진행자, 출연자, 기타 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처음 입사해서 생방송 현장진행을 맡았을 때 오락 프로그램을 오래한 작가의 충고는 “활짝 웃으면서 앉아 있으면 돼요”였다.

처음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뚱한 표정의 PD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어딘가 경직되고 흐지부지해지기 마련이다.

『유혹, 그 무의식적인 코드』를 보면, 말의 내용이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되지 않는 반면에 말투, 음색, 억양 같은 음성표현이 38%, 그리고 이 책의 주요 내용인 비언어적인 표현이 55%나 된다고 한다. 상대를 매혹시키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세심한 분석도 볼 수 있다. 영국 속담에 “말을 물 있는 곳으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만 말들이 흔쾌히 물을 마시게 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호감을 주고 싶다면 “눈을 맞추면서 얘기하라”고 하지 않고 “왼쪽 눈으로 상대의 왼쪽 눈을 맞춰 주라”고 주문한다. 왼쪽 얼굴이 감정을 다스리는 의 우뇌와 관련되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 관심을 갖고 보다 보면 텔레비전 출연자들도 왼쪽 얼굴만을 카메라에 들이대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한편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내 얘길 듣고 있는 그녀가 원래 순정만화 여주인공처럼 생겨서 그러고 있는지, 아니면 정말 나에게 관심이 있어서인지는 눈을 깜빡거리느냐를 봐야 한다고? 또 여자들이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마는 행동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니 흥미롭지 않은가. 그밖에도 이 책은 짧은 순간에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많은 신체의 기호들을 끄집어 내서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쉽게 쓴 개론서이지만 실용서적이라 할수도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나와 있는 몇몇 포인트들을 활용해 자주 마주치지만 다소 껄끄러웠던 이에게 적용해보니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PD로서 보다는 ‘쏠로’로서, 사회적 동물로서 더욱 유용한 책이 아닐는지. 물론 인간관계에서 관심과 성심이 가장 좋은 비법인 건 다들 잘 아실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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